“대북방송 질 높이는 건 통일비용 낮추는 투자” 美 ‘미국의 소리’ 대북방송 총책임 이동혁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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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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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산하 ‘미국의 소리(VOA)’에서 대북방송을 책임지고 있는 이동혁 국장이 12일 “대북방송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미국 정부 산하 ‘미국의 소리(VOA)’에서 대북방송을 책임지고 있는 이동혁 국장이 12일 “대북방송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북한 엘리트들에게 질 높은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한반도의 바람직한 통일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쌀과 비료를 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고 미래 통일 비용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이죠.”

올해로 개국과 동시에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 70주년을 맞는 미국 정부 산하 ‘미국의 소리(VOA)’의 대북방송 총책임자인 이동혁 국장(48)은 1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대북방송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을 만드는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저널리즘 원칙을 더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참석차 서울에 온 이 국장은 “VOA는 ‘질 높은 대북방송’을 지향하면서 평양에 집중된 북한 엘리트들을 주요 청취자로 상정하고 이들에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북한 엘리트들도 빵만 먹고는 살 수 없고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 욕구가 매우 클 것입니다. 변방의 보통 주민보다 권력을 쥐고 있는 엘리트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면 그 파급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5시간(오전 4∼6시, 오후 9시∼밤 12시) 대북방송을 하는 VOA는 그래서 평양 지역에서 가장 잘 들리는 중파 라디오 주파수를 사용한다. 내용도 북한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확인되지 않은 첩보나 북한 체제 비판 같은 정치적인 내용을 지양하고 미국 CNN, 영국 BBC와 같은 제대로 된 국제뉴스로 채워진다.

이 국장은 “좋은 대북방송을 통해 북한 엘리트들의 질을 높이면 통일 이후 그만큼 북한 주민 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국경을 초월한 왜곡되지 않은 정보의 접근권’이라는 국제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현재 정부가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대북방송인 KBS ‘한민족방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더 투자할 여지가 많다. 탈북자와 북한 인권 운동가들이 거의 사재를 털어 운영하고 있는 영세한 대북 단파 라디오 방송에 대해서도 정부와 민간 차원의 체계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북한 체제를 지나치게 비판해 이를 듣는 주민들이 거부감을 갖게 하거나 정권에 따라 대북방송의 정치적 색채가 오락가락하는 한국적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 국영방송인 VOA는 1942년 나치 독일의 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개국해 현재 세계 43개 언어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개국하던 해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게 한국어 방송을 시작했고 현재는 북한 주민을 주 청취자로 삼고 있다. 본부가 있는 미국 워싱턴 사무실에서 30여 명, 서울에서 7명이 한국어 방송을 만든다.

미국 영주권자인 이 국장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1990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1994년 미주 중앙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 2002년 미 의회의 지원을 받는 대북방송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입사했고 2006년부터 VOA에서 일하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대북방송#통일비용#이동혁 국장#미국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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