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머코드 ‘강남스타일’… 국내 음악평론가들이 말하는 ‘싸이 열풍’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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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박재상·35·사진)의 ‘강남스타일’이 해외에서 폭발적 반응을 끌어낸 비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언어의 장벽을 무색하게 하는 보편적 유머 코드가 집합된 콘텐츠라는 점을 꼽았다. 이들은 1994년 스페인 팝 듀오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 1995년 미국 팝 가수 스캣맨 존의 ‘스캣맨’이 일으킨 세계적 열풍을 비슷한 사례로 제시했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는 “외국인들이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것은 나이 지긋한 가수가 ‘스캣맨’을 부르며 내뱉은 ‘스키-바-밥-바-답-밥’이라는 정체불명, 국적 초월 반복구를 한국 사람들이 재밌어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마카레나’ 역시 가사가 아닌 ‘마카레나’라는 반복구와 중독성 있는 춤만이 대중에게 소비됐다”고 지적했다.

김현준 대중음악평론가는 “‘강남스타일’은 역하지 않은 엽기 코드에 충실한데 이는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뮤직비디오와 춤이 특정한 문화적 배경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도 세계적인 인기 비결로 꼽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뮤직비디오 중 △싸이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노래하는 장면 △노홍철이 엘리베이터에서 엽기 춤을 추는 장면 △싸이가 모터보트 위에서 춤추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 뮤직비디오는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영상을 보는 순간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며 “슬랩스틱 코미디이지만 역겨운 B급 정서를 배제한 몸 개그의 연속”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드롬이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재밌는 현상’ 이상으로 과잉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이번 현상이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경준 평론가는 “4, 5년간 국내외에서 소비돼 온 케이팝 걸그룹의 인기를 지겨워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방증일 수 있다”면서 “대중음악 트렌드가 4, 5년 주기로 바뀌어 온 걸 감안하면 지금이 일종의 전환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강남스타일’은 거대 제작사의 기획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콘텐츠”라면서 “보편적 미의 기준과 먼 몸을 지닌 싸이가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고 오랜 기간 독자적으로 키워온 색깔과 노하우의 집합체로서 ‘강남스타일’의 코드와 그 영향을 제대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한류 전략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채널A 영상] ‘싸이 강남스타일’ 美 LA다저스 구장서 방송


#강남스타일#싸이#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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