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은재, 마음놓고 치료할 병원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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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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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아동시설 푸르메센터 서울 종로에 문 열어

아이는 치료사의 모습을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장애아동이 재활 및 언어훈련을 받을 수 있는 푸르메센터가 지난달 11일 문을 열었다. 병원을 전전하며 마음고생을 했던 가족의 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이는 치료사의 모습을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장애아동이 재활 및 언어훈련을 받을 수 있는 푸르메센터가 지난달 11일 문을 열었다. 병원을 전전하며 마음고생을 했던 가족의 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장애아동을 봐줄 만한 구립유치원에 대기자로 등록하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는데…. 우리 애기가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생겨서 너무 기쁩니다.”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세종마을 푸르메센터에서 만난 이은재(가명·2) 양의 할머니는 “고마울 따름”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은재는 올해 4월 자폐아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3세가 되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부모는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어디서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몰랐다. 은재 엄마도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손녀의 이름을 복지관과 구립유치원의 대기자 명단에 올렸다. 할머니는 “장애아를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시설이 별로 없다. 민간시설에서는 30분 치료에 몇 만 원을 내야 해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푸르메센터는 은재 같은 장애아동을 위한 시설이다. 일반시민 3000명의 기부금을 모아 지난달 11일 문을 열었다. 수술을 마친 아이들은 재활훈련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언어치료와 작업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일반병원 중에는 수술 이후의 치료에 대해 무심한 경우가 적지 않다. 수익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아이와 가족은 조금이라도 좋다는 프로그램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센터 곳곳에는 이런 사연을 마음 아파하는 기부자들의 애정이 담겼다. 2층 치료실 앞에는 피터 오페임의 ‘비행하는 강아지와 아기 조종사’ 그림이 보인다. 후천적 장애를 극복한 정보기술(IT) 사업가 이철재 사장이 기부했다. 그는 센터의 건립을 기다리며 몇 해 전부터 그림을 준비했다.

또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건물의 창을 크게 설계해 빛이 많이 들어오도록 했다. 건물 안팎에는 문턱이 없다. 복도는 휠체어 2대가 서로 지나갈 정도로 넓다. 휠체어에 앉는 환자가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천장 높이도 낮췄다.

센터의 윤성혜 언어치료사는 “언어치료를 1시간 안팎 하는데 석사 이상 학력이거나 대학병원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비용은 일반 병원의 60∼70% 수준이다. 건물 1층에는 장애인 치과가 있어 치과진료도 가능하다.

종로구청이 용지를 제공하고 기부자 3000명이 뜻을 모았지만 어려움이 남아있다. 환자에게서 받는 진료비와 기부금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이사는 “장애아동 30만 명 중 90%는 어릴 때 사소한 질병이나 사고가 원인이다. 아이들이 빨리 치료를 받도록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김근희 인턴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푸르메센터#장애아동시설#재활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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