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 용어를 ‘멘털 웰니스’로 바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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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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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예방전문가 활동 김재원 씨 “어르신들 쉽게 찾아와 상담
자살-우울증도 크게 줄어”

“자살이나 예방, 금지 같은 단어를 잔뜩 넣은 프로그램을 정부나 보건소가 권한다면 어르신들이 쉽게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미국 노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부감 느끼지 않도록 ‘멘털 웰니스(마음의 건강)’로 바꾸니 어르신들이 쉽게 찾아오더군요.”

15년간 노인자살예방전문가로 일한 김재원 씨(40·사진)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정신건강국에서 일하고 있다. 노인 담당 사회복지사를 교육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노인들의 심리문제를 제대로 감지해 대응하게 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시형) 주최로 20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제2회 전국 자살예방기관 협력체계 구축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을 상대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김 씨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를 다 경험해 보니, 한국 노인들이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게다가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평생 열심히 살았는데,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니 서글픔을 느끼는 정도가 강했다”고 진단했다.

노인들이 외로움 때문에 우울해할 것 같지만 사실은 질병 등 육체적 고민과 경제적 고민 때문에 더 힘들어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미국(14.2명) 일본(17명)에 비해 매우 높다.

김 씨는 정부가 대응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센터를 만들고 걸려오는 상담전화만 받을 게 아니라 노인회관 건강강좌 안에 정신문제를 함께 넣는 방법이 있다. 문턱을 낮추자는 뜻이다. 잘 몰라서 우울증을 그저 노화의 탓으로 여기는 노인도 많은 만큼 자가검진표를 노인회관 곳곳에 비치해두는 방법도 있다.

그는 “자식들도 부모의 건강상태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버리거나 주변에 나눠주는 경우,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자주 말하는 경우는 우울증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멘털 웰니스#노인 자살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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