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정미옥-김미경씨 “정치인들, 북송문제 관심 좀 가져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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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에서 한 달째 시위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탈북했다가 북송됐던 경험이 있는 정미옥(가명·왼쪽) 씨와 김미경(가명) 씨가 탈북자 북송 중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탈북했다가 북송됐던 경험이 있는 정미옥(가명·왼쪽) 씨와 김미경(가명) 씨가 탈북자 북송 중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선거 열기 때문인지 탈북자 북송 문제에 대해 점점 관심이 사그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라도 시위를 계속하지 않으면 우리를 잊어버릴 것 같아 거리로 나왔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문.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정문 양쪽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정미옥(가명·43) 씨와 김미경(가명·53) 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든 피켓에는 절절한 호소가 적혀 있었다.

‘언니가 2001년 16호 정치수용소에 들어가 있습니다. 북송은 절대 안돼요.’ ‘2007년에 나는 중국에서 북송돼 간경화 복수를 앓고 있는 사람입니다. 북송은 절대 안 됩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7일부터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매일 국회 앞을 지키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정 씨는 국회까지 오는 데 매일 아침 꼬박 2시간이 걸린다. 오랜 탈북생활로 간경화가 생겨 시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두 다리가 퉁퉁 붓는다. 두 사람 모두 돈을 아끼느라 삼각김밥과 두유로 점심을 때운다. 정 씨는 “탈북자 문제에 정치인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 국회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기억에는 북송 당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참상이 여전히 생생하다. 김 씨는 1998년 언니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가 2001년 북송됐다. 김 씨는 탈북자들을 가둬놓는 집결소에 갇혀 있다가 풀려나 2003년 다시 두만강을 건넜다. 정 씨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탈북, 북송을 경험했다. 2007년에는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었다.

“탈북자들이 공안이나 북한 보위부에 붙잡히면 집결소로 보내집니다. 바퀴벌레와 빈대가 득실거려 전염병에 걸리기 일쑤죠. 감방마다 폐쇄회로(CC)TV가 있어 입도 벙긋 못합니다. 늘 구둣발에 걷어차이고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합니다.”(정 씨)

“그나마 집결소에 갇힌 사람들은 낫죠. 풀려날 희망이 있으니까요. 한국에 가려 했다고 찍힌 탈북자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무조건 끌려갑니다.”(김 씨)

정문 돌담 틈에 피어 있는 민들레꽃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김 씨는 “북한에도 봄이 왔을 텐데…. 언니 생각이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시위를 하는 저희를 보고 한 지나가던 분이 ‘북송 문제는 탈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가장 힘이 났다”며 “원래는 한 달 기한으로 시위를 시작했지만 좀 더 많은 분이 그렇게 말씀해 주실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탈북자#탈북자북송#북송반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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