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다시 달리고 싶다’ 꿈 못다 이룬 채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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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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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마지막 열차… 한준기 기관사 별세

고 한준기 옹이 몰던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 동아일보DB
고 한준기 옹이 몰던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 동아일보DB
멈춰 선 철마를 타고 북녘 땅을 달리고 싶다던 경의선 마지막 열차 기관사 한준기 씨가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1927년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3년 5월부터 1945년 10월까지 일본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했다. 광복되던 해인 1945년 11월 고인은 귀국해 이듬해 2월부터 서울철도국 수색기관차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인은 증기기관차를 몰고 서울역∼개성역∼토성역의 80여 km를 오고갔다.

이후 경의선과 함께한 고인의 삶은 뼈아픈 민족 분단사와 맞닿아 있다. 고인이 운행한 경의선 마지막 열차는 1950년 12월 31일 군수물자를 싣고 개성에서 평양으로 가던 중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황이 불리해지자 다시 개성 남쪽으로 후퇴해 파주시 장단역에서 운행이 중단됐다. 마지막 열차는 56년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2006년 11월 등록문화재 제78호로 지정된 뒤 임진각으로 옮겨져 2009년 6월 일반에 공개됐다.

고인은 1985년 철도청에서 명예 퇴직한 뒤 “경의선이 재개통되면 꼭 열차를 타고 젊은 날에 누볐던 개성이나 토성을 가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0년 9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기공식에서는 ‘염원의 기차’를 50m가량 시운전하기도 했다. 그해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경의선 관련 자료집을 발간하며 고인을 경의선 마지막 기관사로 공식 인정했다. 2007년 5월엔 경의선 시험운행 행사에 초청받아 북한 개성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고인의 둘째 아들 한규황 씨(56)는 “아버지께서 생전에 ‘기관차를 몰고 북으로 다시 가고 싶은데 북이 문을 점점 닫아서 걱정이다. 기운이 점점 빠지는데 다시 갈 수 있을까’라며 아쉬워했다”며 “하늘나라 가시는 길에 장단 개성 평양 신의주를 거쳐 가실 것”이라고 울먹였다. 빈소는 경기 안산시 한도병원 장례식장 무궁화실, 발인은 17일 오전 5시. 031-485-4422

안산=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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