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목숨 위협받는 난민 외면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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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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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민의 날... ‘난민 인정’ 기다리는 이란인 알리 씨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국이란인교회’에서 알리 씨 등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들이 이만석 목사(맨 위)의 설교를 듣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2009년 6월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이란인의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국이란인교회’에서 알리 씨 등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들이 이만석 목사(맨 위)의 설교를 듣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2009년 6월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이란인의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 정부가 상대국 정부의 말만 믿고 위협받는 난민을 외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난민협약 채택 60주년인 올해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국이란인교회’에서 만난 이란인 알리 씨(28)는 “난민은 정치 종교 등의 이유로 자기 나라를 떠난 사람들인데 해당국 정부 말만 믿고 돌려보내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알리 씨는 5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난민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법무부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해 현재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2009년 6월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당시 열린 한국과 이란 축구국가대표팀의 경기에서 30여 명의 이란인과 함께 시위 희생자들의 사진 및 ‘Free Iran(이란에 자유를)’이라고 적힌 이란 국기를 들고 시위를 벌여 전 세계에 알려졌다.

알리 씨는 2년 반 전 가라테 국가대표로 한국을 찾았다. 이슬람교도로 태어났지만 대회에 참가하고자 들른 이란 내 기독교 마을에서 기독교를 접하게 된 알리 씨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종교의 자유를 찾아 무작정 팀을 이탈했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한국이란인교회 이만석 목사(58)를 만나 난민 신청을 하게 됐다.

그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고국에 있는 가족을 생각할 때면 늘 마음이 아프다. 알리 씨는 “이란 정부는 아직도 제 가족에게 어떻게 해서든 저를 돌아오게 하라고 협박하고 있다”며 “그러지 못할 경우 (가족들에게) 3년 징역에 태형 70대를 가하겠다고 했다 한다”고 말했다. 알리 씨의 형은 얼마 전에도 이란 법원에 두 번씩이나 불려나가 곤욕을 당했다고 한다.

그나마 알리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알리 씨와 함께 시위를 했던 이란인 메흐디(가명·49) 씨는 결국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불법체류자가 된 그는 결국 20일 이란행 비행기를 탄다. 메흐디 씨는 “이란 정부가 날 어떻게 처벌할지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게 됐다”고 걱정을 했다.

난민 인정을 시작한 199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우리나라에 난민 인정 신청을 한 외국인은 3156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10%에도 못 미치는 243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출입국관리법은 난민 신청 1년 뒤부터 취업 허가를 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 종교 등의 이유로 한국 땅에 온 난민들은 자국 정부의 탄압에다 생활고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난민 인정 불허 처분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법무부가 취업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인 K 씨(40)는 2006년 법원에 난민 인정 불허 처분 취소소송을 낸 이후 취업을 못 하게 되자 생존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 진정을 냈다. 법무부는 “난민 신청이 불허된 K 씨는 체류 자격이 없으므로 취업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난민 인정 여부가 법원에서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취업 허가 등의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2007년 난민 신청자에 대한 취업 허가를 내줄 것을 한국에 권고했으며,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사법 심사 중인 난민이 생계유지가 어려울 경우 취업 허가나 특별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동영상=국내 난민 3천여 명, 한국서 난민으로 살아가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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