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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일과 삶]3星장군서 IT CEO로… 퀄컴코리아 차영구 사장

입력 2011-01-22 03:00업데이트 2011-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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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운명인지… 이젠 경제 한미동맹 올인”
차영구 퀄컴코리아 사장이 태권도 자세를 취하며 기합을 넣고 있다. 그는 “새해에도 ‘경제 한미동맹’을 위해 애쓰고 싶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차영구 퀄컴코리아 사장(64)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남산체육관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오전 6시 30분. 영하 10도가 넘는 한파에도 어김이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자세를 잡는다. 바로 태권도 자세다.

“스무 살 육군사관학교 시절부터 운동은 거의 거르지 않아요. 태권도 동작은 스트레칭으로 아주 좋죠.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태권도로 몸을 풀고 나면 탁구대로 향한다. 날렵하게 탁구를 치고, 헬스를 하며 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남산은 아침 햇빛으로 가득 찬다.

그는 정보기술(IT) 업계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3성(星)장군으로 국방부 정책실장 시절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미국과 수년 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외교안보 전문가다. 그런 그가 2009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원천 기술을 보유한 퀄컴 CEO로 선임되자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차 사장은 “운명이었다”고 웃으며 “30여 년을 외교 안보와 한미동맹을 위해 일해 왔다면 이제는 경제계의 ‘한미동맹’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 3성(星) 장군서 IT CEO로

“20∼40대 젊을 때엔 본인의 계획과 노력에 따라 길을 가죠. 하지만 시니어가 되면 지식과 경험이 어디서 어떻게 쓰일지 아무도 모르죠. 운명적인 것 같아요.”

어떤 ‘운명’이었는지 묻자 이런 대답이 왔다. 그는 2009년 민간단체인 한미협회 사무총장 시절, 한미군인들을 위한 음악회 아이디어를 냈다. 초청 인사부터 모금, 음악회 구성까지 총 지휘했고, 미국 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해 퀄컴 본사에 요청을 했다. 회장이 방한해 축사도 해달라고 했다. 그해 4월, 차 사장은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과 처음 만났다. 그 후 놀랍게도 CEO 인터뷰 제의가 왔다고 한다.

“나중에 들어 보니 제이컵스 회장이 ‘필(느낌)이 왔다’고 했더라고요.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2005년 팬택에서 상임고문으로 일할 때에도 퀄컴과 칩 구매 협상 등을 벌이며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당시 글로벌 전략을 앞세우던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 일면식도 없던 ‘미국통’인 그에게 갑작스럽게 영입을 제의했다고 한다.

언뜻 운명론자처럼 들리지만 알고 보면 철저한 ‘준비론자’다. 30여 년 넘게 아침 운동을 놓지 않는 것도 ‘준비’와 관련이 있다. 아침에 태권도로 몸을 가다듬고 명상을 하면 하루 할일이 정리가 된다. 그는 “생년월일로 보면 60대라도 아침 운동이 신체 나이는 40대로, 심리적 나이는 30대로 만들어준다”며 “젊은 엔지니어들과 어울리며 아이디어를 내놓는 힘”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시절부터 차 안에서도, 길에서도 영어 테이프를 놓지 않고 공부했고, 요즘은 IT 공부에 푹 빠졌다. 그의 사무실 한쪽 벽 칠판에는 일반인은 알아보기 어려운 전문용어가 한가득 쓰여 있었다.

○ 투자 늘리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차 사장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퀄컴코리아에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2600억 원을 지난해 납부했다. 퀄컴은 현재 이에 대해 행정소송 중이다.

“퀄컴이 한국에서 ‘로열티만 가져가는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한국에 다가가고, 투자하고, 주는 기업, 그래서 사랑받는 기업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차 사장이 2009년 6월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워야 한다고 본사를 설득한 일이다. 결국 지난해 2월 한국에 R&D센터를 세워 증강 현실 등을 연구하고 있다. 본사로부터 국내 벤처기업 투자 결정도 이끌어냈다. 지난해 국내 벤처회사 펄서스테크놀로지에 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퀄컴의 글로벌 벤처 투자경진대회인 ‘큐프라이즈’를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어 최근 벤처업체 ‘키위플’을 1위로 선정해 상금을 수여했다.

차 사장은 한국과 퀄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사이라고 말했다. 퀄컴이 개발한 CDMA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곳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또 퀄컴의 칩을 만드는 모든 공정(프로세스) 가운데 절반가량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한국에서 이뤄진다. 한국 공장에서 2500명이 퀄컴의 칩을 만들고, 매년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가 한국에 투자된다. 미국 기업이지만 한국 기업 못지않게 일자리를 만들고 투자하는 셈이다.

“퀄컴은 매년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는 지식·기술 기업이에요. 스마트 모바일 시대, 퀄컴의 기술과 한국의 뛰어난 상용화 능력, 똑똑한 소비자가 만나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겁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차영구 사장은

―1947년 광주 출생

―1970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1975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1979년 프랑스 파리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1979년 육군사관학교 정치학 조교수

―1981년 한국 국방연구원

정책기획연구부 부 실장

―1993년 한국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센터 소장

―1998년 국방부 대변인 준장

―1999년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소장

―2001년 국방부 정책실장 중장

―2004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2005년 ㈜팬택 상임고문

―2008년 한미협회 사무총장

―2009년 퀄컴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퀄컴 미국 본사 수석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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