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도 교수, 철학자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재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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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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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걸린 ‘바로잡습니다’

김성도 교수가 1996년에 낸 ‘그라마톨로
지’를 펼쳐 수정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아래 놓여 있는 책은 그가 재번역해 최근
에 낸 책.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김성도 교수가 1996년에 낸 ‘그라마톨로 지’를 펼쳐 수정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아래 놓여 있는 책은 그가 재번역해 최근 에 낸 책.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누군가는 바로잡아야 할 일이었고 제 소명이었습니다.”

5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도 고려대 교수는 책 두 권을 내밀었다. 각각 1996년과 최근에 나온 ‘그라마톨로지(De la Grammatologie)’(민음사)다. 그라마톨로지는 해체주의의 창시자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이론가인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의 대표 저서. 루소 하이데거 등의 서양 학문을 언어학적으로 해체하며 생명과 죽음, 문명과 야만 등 인문학의 여러 주제를 아우른다.

파리 10대학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고 기호학 권위지 ‘세미오티카’로부터 최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한 김 교수가 15년 전 처음 ‘그라마톨로지’를 번역했을 때는 데리다의 생경한 개념어와 표현을 옮겼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곧 읽기 힘든 문장과 오역에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교수도 “하이데거와 루소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이 번역하였다”고 했다. 첫 책을 낸 지 1년 만에 다시 번역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번역권은 국내 다른 출판사에 넘어간 뒤였다. 김 교수는 저작권을 가진 프랑스 출판사 미뉘(Minuit)를 세 번 찾아갔고 e메일도 거듭 보냈다. 그에게 재번역 기회를 주자는 국내 인문학자 30여 명의 소명서와 프랑스 학자들의 서한도 받았다. 미뉘 측은 2005년 겨울에야 재번역을 허락했다.

“모든 페이지를 뜯어고쳤습니다. 번역 틈틈이 관련 학자들에게 실수를 지적해 달라고 했죠.” 김 교수는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책을 들췄다. ‘경제→경제적’처럼 작은 실수부터 ‘파생적이며→대량으로’처럼 아예 뜻이 틀린 부분까지 빼곡하게 표시했다.

새로 번역한 책에는 131쪽에 달하는 번역자 해제와 데리다가 인용한 논문 목록, ‘´ecriture=에크리튀르, 문자, 언어, 글쓰기=writing=文字言語’처럼 주요 개념어의 7개 언어 대조표 등도 실었다.

“이 책은 20세기 대표적 언어 실험가인 데리다의 저서 중에서도 가장 자주 인용되죠. 그런 만큼 되도록 많은 정보를 주고 싶었습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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