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리워한건 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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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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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 소년소녀 가장에 대학생 멘터 결연 사업

대학생 멘터 정진호 씨와 선예슬 씨(서강대 2학년·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전세임대주택에서 민호(가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대학생 멘터 정진호 씨와 선예슬 씨(서강대 2학년·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전세임대주택에서 민호(가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전세임대주택. 박순자(가명·74) 할머니는 좀처럼 쓰지 않는 보일러를 켜 방바닥을 뜨끈하게 데웠다. 매주 수요일이면 찾아오는 ‘대학생 멘터’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멘터 정진호 씨(26·서강대 신문방송학)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민호(가명·11)를 찾았다. 정 씨는 현장학습을 다녀와 피곤한 기색의 민호를 무릎에 앉히고 꼭 안아줬다. 눈꺼풀이 내려앉던 민호는 대학생 형과 공부를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환하게 웃으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노래해 주세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소득층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거주할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생 가족’까지 만들어 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LH 서울지역본부가 2008년부터 서강대 한양대 숭실대 등 5개 대학과 함께 펼친 ‘멘터와 꼬마친구’ 사업으로 올해는 경기, 전남 지역으로 확대했다. 멘터들은 교통비, 교재비만 지원받을 뿐이다. 문현숙 LH 서울지역본부 차장은 “실태조사를 다녀 보니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는 집 못지않게 부모처럼 돌봐줄 가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민호와 박 할머니가 사는 집은 LH가 마련했다. 4년 전 친척 도움으로 보증금 500만 원은 구했으나 월세 30만 원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그러던 중 2007년 9월 LH가 대신 전세계약을 체결해줘 민호가 20세가 될 때까지 돈 한 푼 안 내고 살 수 있게 됐다. 박 할머니는 “매달 집세 내는 날은 왜 그리 빨리 찾아오던지 걱정이 많았다”며 “이렇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우리 두 식구는 길거리에 나앉을 뻔했다”고 말했다.

민호네처럼 소년소녀 가장들이 집 걱정을 덜면 멘터들이 과외교사를 넘어 부모 역할까지 맡아 집안을 훈훈하게 한다. 부모의 사랑이 한창 필요한 나이여서 고민 상담과 야외 나들이도 멘터들 몫이다. 멘터 강지현 씨(숭실대 법학·22·여)는 “아이가 앨범을 보며 ‘차라리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행복했을 거 같다’고 말할 때 꼭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 없어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이제 정이 들어 대학을 졸업해도 아이들과 계속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LH는 2005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임대하거나 전세계약을 해주는 방법으로 저소득층에게 집을 제공하고 있다. 1년에 총 2만 채 정도지만 지원금액이나 규모가 미흡하다는 지적. 권석원 LH 서울지역본부 팀장은 “기초생활수급자만 약 88만 가구이다 보니 제공할 집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최근 집값이나 전세금이 올라 지원금액도 높여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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