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근육장애 몸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남윤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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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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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던 졸업 했지만 하루하루 절망적인 삶”


그는 자존심이 세다. 입에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할 때에도, 깡마른 팔을 약간 움직여 달라고 할 때에도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올 8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얼굴 근육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몸으로 사회복지학까지 복수 전공했다. 자존심 센 그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콕 집어 “정기후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남윤광 씨(26·사진)는 중증근육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부럽기만 한 존재다. 2003년 서울대 경제학부에 장애인특별전형으로 입학한 그는 굽어진 허리를 펴느라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받으면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시절 남 씨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핀 것은 어머니였다. 수업을 같이 들으며 필기를 도와주고 학생식당에서 밥을 떠먹여 주며 함께 끼니를 때우던 그의 어머니는 2006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처음 어머니의 병을 발견했을 때 이미 온몸에 암이 퍼져 있어 제대로 손을 써볼 수도 없는 상태였어요. 아들을 챙기느라 당신 몸이 망가져 가는 줄도 몰랐던 거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 씨를 돌보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 됐다. 케이터링(음식공급) 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생업을 접고 아들에게 매달렸다. 대학 입학 때는 그나마 움직일 수 있던 손이 병세 악화로 굳어지면서 뒷바라지는 더욱 힘들어졌다. 폐근육이 약해져 호흡마저 불안하다. 그토록 원하던 졸업을 했지만 그는 “더 절망적”이라고 한다. “또래들은 취업이나 결혼 문제를 고민하지만 저에게는 사치나 다름없어요. 입사시험에 떨어졌다고 울상인 친구도 부럽기만 해요. 하루 24시간을 살아내는 것이 저에겐 급한 문제예요.”

남 씨에게는 하루 종일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아들의 손발이 되고 있지만 생계도 꾸려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려고 중증장애인을 돌봐주는 ‘한벗둥지’라는 시설에 들어갔지만 정직원 한 명에, 서투른 공익근무요원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전담 활동보조인이 두 명은 돼야 하루 24시간 교대로 남 씨를 돌볼 수 있다. 정부는 한 달에 100시간 활동보조인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일주일도 버티기가 힘들다. 결국 남 씨는 3개월 만인 지난달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시 시설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저를 돌봐줄 활동보조인이 절실해요. 하루하루 살아갈 걱정만 없어지면, 그때는 하고 싶던 공부도 하고, 내일을 꿈꿔볼 수 있겠죠.” 후원 문의 한벗둥지 02-336-3100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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