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치하 애국심 고취 한마당… 의병장 주제 한시대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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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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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정섭씨 1936년 통문 발굴

심정섭 씨가 경남 진주 촉석루 시모임에서 1936년 전국 유생들에게 돌린 한시대회 개최 통문(通文)을 8일 공개했다. 심 씨는 
“일경이 감시하는 상황에서 촉석루와 의병장 그리고 논개를 한시 주제로 삼은 것은 동아일보가 후원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통문 
끝(아래 사진)에는 동아일보 진주지국 후원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심정섭 씨가 경남 진주 촉석루 시모임에서 1936년 전국 유생들에게 돌린 한시대회 개최 통문(通文)을 8일 공개했다. 심 씨는 “일경이 감시하는 상황에서 촉석루와 의병장 그리고 논개를 한시 주제로 삼은 것은 동아일보가 후원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통문 끝(아래 사진)에는 동아일보 진주지국 후원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936년 2월경 전남 순천시 황전면 유생 정모 씨 집에 편지 한 통이 왔다. 편지 안에는 경남 진주 촉석루 시(詩)모임에서 전국 유생들에게 보내는 통문(通文)이 들어 있었다.

통문은 촉석루 시모임에서 제1회 한시대회를 개최하니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후원은 동아일보 진주지국이었다. 통문은 세로 18cm, 가로 38.5cm로 한지에 국한문 혼용으로 적혀 있었다. 조정희 진주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은 “당시 한시대회가 개최됐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통문은 촉석루 사적 및 경치라는 글을 통해 대회 개최 목적을 짐작하게 했다. 우선 촉석루는 옛날 조선 육군사령부가 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에서 장군 세 명이 순국했다는 것. 이들 3명은 전남 화순 출신 최경회 의병장과 전남 나주 출신 김천일 의병장, 충남 천안 출신 김시민 장군이다. 이들 수하 30여 명이 따라서 순국했다고 적어 놓았다. 통문은 이어 최 장군의 후실인 논개가 예쁜 옷을 입고 왜장을 껴안고 죽은 바위를 의암(義岩)으로 불렀다고 설명했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제강점기 때 의병장을 주제로 대회를 개최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행사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시 대회 통문에서 의병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드문 사례라는 평가다.

중국 상하이(上海)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백강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로 구한말 의병 심의선 선생의 증손자인 정섭 씨(67·광주 북구 매곡동)는 8일 이 통문을 본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통문은 지난달 중순경 순천시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한 고문서 10여 개 가운데 들어 있었다. 심 씨는 “일제의 서슬이 시퍼런 상황에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대회를 개최했다는 것은 민족신문인 동아일보가 후원을 해 가능했던 것 같다”며 “2차 세계대전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조선총독부도 동아일보의 눈치를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아일보는 창간 이후 일장기 말소사건 외에 충무공 유적 보전, 단군 숭모, 조선어 연구, 브나로드 등 다양한 문화 운동을 펼쳐 왔다”고 덧붙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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