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1인자 김영만, “종이접기의 침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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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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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저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서서 종이접기를 알려야 하는데…”

국내 ‘종이접기 1인자’ 김영만 교수는 9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1988년 어린이 프로그램 ‘TV 유치원 하나, 둘, 셋’에 첫 출연한 뒤 종이 접는 기술 하나로 일약 스타가 됐다. 2분 분량의 종이접기 코너를 맡았지만 그의 인기는 유명 연예인 못지않았다. 그에게 종이를 내밀면서 접어달라는 아이보다 사인을 부탁하는 아이가 더 많았을 정도였다.

“그리기 위주의 미술교육이 지배적이었던 시기에 과천에서 미술학원 선생님을 하면서 조형놀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했어요. 당시엔 생소한 분야다보니 반응이 좋았죠. 그게 소문이나 대학교 아동미술과나 유아교육과 등에서 강의의뢰가 들어왔고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그는 10년 넘게 ‘혼자서도 잘해요’, ‘딩동댕 유치원’ 같은 어린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종이접기의 유행을 이끌었다. 그가 “만들어 볼까요?” 라고 말하면 TV 앞에 모인 아이들은 집중했다. 색종이, 나무젓가락, 종이컵은 그의 손을 거쳐 ‘춤추는 원숭이’, ‘걸어 다니는 사자’ 등의 인형으로 뚝딱 완성됐다.

김영만 교수가 개발한 종이접기 아이템은 1만여 가지. 평상시 그가 외우고 있는 접기 방법은 50가지 정도에 불과하지만 순간순간 아이들이 요구하는 아이템에 따라 색종이를 잡은 그의 손은 자동으로 움직인다.

“접는 방법이 머리로는 기억나지 않아도 종이가 손에 쥐어지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요. 그렇게 새로운 아이템이 탄생하면 만 가지에서 만 하나로 늘어나는 거죠.”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기록하거나 접어놓지 않으면 그 역시도 무엇을 언제 어떻게 접었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침실 머리맡, 화장실 등 집안 구석구석에 접을 수 있는 색종이를 항상 준비해둔다.

접는 방법과 모양이 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따해 결정되는 종이접기는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는 주변에서 종이접기 기술을 특허로 등록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허내고 그런 거 전 싫어요. 내 아이템을 일반 유치원선생님들이 다 빼가도 저는 박수 쳐줄 거 에요. 아이들이 내가 만드는 것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다면 항상 도와주고 싶죠. 그게 원칙 아닙니까?”

그가 반평생을 종이접기에 매달린 이유는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종이접기는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도움을 줘요. 양손을 다 이용해야 종이를 접을 수 있기 때문이죠. 유아들이 처음엔 삐딱하게 접던 종이를 시간이 지나면서 똑바로 맞추게 되는 과정이 공부거든요. 어머니들은 자녀들과 함께 무조건 하셔야 되요.”

그는 지난해 9월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종이접기 체험 미술관 ‘아트 오뜨’를 오픈했다.

“이제 일선에서 물러설 때가 된 것 같아요. 꿈이 있다면 서울과 각 도 지역에 4~5개의 종이접기 미술관을 만드는 것이고 내년쯤에 책을 낼 생각이에요.”

종이접기 열풍이 불던 시절 종이접기 지도자 교육과정에는 사람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배우려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4년전 까지 종이접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스터디그룹을 구성해 거의 무료로 가르쳐왔는데 오래 못 가더라고요. 이일을 해서 취업을 하거나 수입을 낸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차츰 침체되는 것 같아요.”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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