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농구’ 고안… 몸치 학생도 운동 마니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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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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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능동초교 정완수 교사 ‘우수 수업자료 콘테스트’ 대상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 가능
교사들이 ‘수업의 달인’ 인정

경기 능동초 정완수 교사는 학생들에게 체육 수업을 하면서 무조건 이론과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게임을 통해 스스로 습득하도록 배려했다. 정 교사는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즐기다 보니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농구 기술을 익히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래 그림은 정 교사가 개발한 ‘칸 농구’ 경기장 구성. 사진 제공 정완수 교사
경기 능동초 정완수 교사는 학생들에게 체육 수업을 하면서 무조건 이론과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게임을 통해 스스로 습득하도록 배려했다. 정 교사는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즐기다 보니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농구 기술을 익히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래 그림은 정 교사가 개발한 ‘칸 농구’ 경기장 구성. 사진 제공 정완수 교사
“어떻게 하면 운동에 소질이 부족한 학생도 체육 시간을 즐기게 할 수 있을까?”

경기 능동초교 정완수 교사(사진)는 체육 전담 교사 7년, 체육부장 8년을 거친 23년차 베테랑이었지만 늘 이 화두를 머릿속에 안고 있었다.

체육 시간이 싫다고 답한 제자는 드물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 시간에 운동장이나 체육관 구석으로 밀려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축구 농구처럼 격렬한 종목을 즐기다 보니 운동신경이 둔한 학생들은 관중이 되기 시작한 것. 이런 학생들에게 추천할 운동은 피구가 거의 유일했다. 그나마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끼리만 하다 보니 금세 싫증을 냈다.

정 교사는 운동 실력에 상관없이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종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칸 농구’가 탄생했다. 칸 농구는 높이 매달린 림(rim)에 공을 넣을 필요가 없다. 직사각형 경기장에 직각 삼각형 모양의 칸을 학생 수만큼 만들고 학생들이 각각 칸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한쪽 끝에서 다른 쪽까지 패스에 성공하면 점수가 올라간다. 공도 딱딱한 농구공 대신 ‘소프트 발리볼’을 쓴다.

이때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남학생은 반드시 여학생에게 패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는 금방 나타났다. ‘여학생은 운동을 잘 못한다’고 꺼리던 남학생도 여학생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칸 농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칸을 옮겨야 한다. 선수 이동을 두고 치열한 전략 싸움을 벌였다. 체육 시간이 끝나면 모든 학생이 땀에 흠뻑 젖었다. 정 교사는 “모든 학생이 자기 수준에 맞는 활약을 보이면서 수업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칸 농구를 중심으로 수업지도안을 만들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운영하는 현장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support.kfta.or.kr)에 올렸다. A4용지 23장인 이 자료에는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한 사진과 그림까지 자세히 들어 있었다. 교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여서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 교사는 18일 발표한 ‘제2회 우수 수업 자료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탔다. 우수 수업 자료 콘테스트는 교사들이 수업지도안을 올리면 다른 교사들이 평가하고 추천해 수상자를 가린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들이 뽑는 ‘수업의 달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최우수상=경북 포항영신초 이상상, 인천심곡초 문필주 ▽우수상=광주동초 강경남, 경기 양일중 정강, 대구 상인고 박전현 ▽특별상=대전 성룡초 김은정, 대전 자운초 이승원, 인천기계공고 조명철, 광주 숭의중 이혜미, 서대전고 임남극, 경기 평택초 최영경, 경북 김천동부초 최종철, 광주교대목포부설초 이석진, 광주 장덕고 양석호, 경북 양북초 김지희 교사 등도 ‘수업의 달인’으로 뽑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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