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가 예술성을 잃지 않는건 ‘안티 칸’ 감독 - 비평가주간 견제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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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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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제 디렉터 부아예-테송 씨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라고 하면 대개 황금종려상 등 그해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공식 경쟁부문을 떠올린다. ‘감독주간’ ‘비평가주간’이라는 명칭을 얼핏 들어본 사람은 그저 칸 영화제의 한 부문이려니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18일 만난 감독주간 디렉터 프레데리크 부아예 씨와 비평가주간 디렉터 샤를 테송 씨는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은 칸 영화제와 같은 기간에 열리는 엄연히 다른 별도의 영화제”라고 말했다.

두 행사는 작품 선정과 시상도 칸 영화제와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감독주간은 칸 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벌 앞길 건너편에 별도의 건물과 상영관까지 갖추고 있다. 부아예 씨는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은 사실 ‘안티(anti) 칸’적인 성격에서 출발한 행사”라고 말했다.

“1968년 5월 프랑스에서는 관료체제의 모순적 행태에 반발하는 대규모 사회변혁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장뤼크 고다르, 로만 폴란스키, 클로드 를루슈 등 젊은 감독이 칸 영화제의 보수적 경쟁심사 시스템에 반발해 ‘비경쟁’ 취지를 내걸고 감독주간을 만들었습니다. 비평가들은 비슷한 취지로 비평가주간을 만들었습니다.”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은 창설 당시 칸 영화제와 별도로 행사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상영작 안내책자를 함께 내는 등 칸 영화제와 상호 협력하고 있다. 현재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은 공식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기 전의 유망한 신인 감독들이 초청되는 ‘예비 칸 영화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부아예 씨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영화인들을 포용하는 것이 칸 영화제의 힘”이라고 말했다.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의 본래 취지가 희석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부아예 씨는 “두 행사가 생겨났을 때의 칸 영화제와 지금의 칸 영화제는 많이 다르다”며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 덕분에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이 예술성을 지향하는 본질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소르본대 교수이기도 한 테송 씨는 프랑스의 유력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활자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영화 비평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평은 영화라는 문화 콘텐츠의 형식을 완성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비평가가 선호하는 영화와 대중의 인기를 끄는 영화가 다르다고요? 그건 프랑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평은 어떤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어째서 대중의 동의를 걱정하죠? 대중의 잣대가 영화를 판별하는 최우선의 잣대라면 예술영화를 지지하는 칸 영화제는 이미 사라졌을 겁니다.”

칸=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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