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맛에 웃고, 고향 생각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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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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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노인 55명, 어버이날 앞두고 ‘특별한 점심’

어버이날(8일)을 앞두고 탈북여성 박사 1호인 이애란 박사(오른쪽)가 6일 서울 양천경찰서 식당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북한 전통음식 칠향찜닭과 명태식해 등을 탈북 노인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어버이날(8일)을 앞두고 탈북여성 박사 1호인 이애란 박사(오른쪽)가 6일 서울 양천경찰서 식당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북한 전통음식 칠향찜닭과 명태식해 등을 탈북 노인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북한에 있을 때는 구경도 못하던 음식을 서울 땅에서 먹게 되다니….”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단 탈북 노인들이 식탁에 놓인 북한 전통음식을 바라보며 감격스러워했다.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 강당에서는 탈북 노인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탈북 여성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무부의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애란 박사(46)가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탈북 노인 55명에게 북한 전통음식을 점심식사로 대접한 것.

이날 점심식사는 일곱 가지 향기가 난다는 ‘칠향(七香)닭찜’과 명태를 삭혀 발효시킨 ‘명태식해’였다. 이 박사는 “칠향닭찜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전투가 끝나면 몸보신하라고 병사들에게 만들어 먹이던 음식”이라며 “이걸 드시고 남한에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참석한 탈북 노인들은 “북한에서는 꿈도 못 꾼 음식”이라며 즐거워했다. 한 탈북 노인은 고향 생각이 나는 듯 손수건으로 계속 눈물을 훔쳤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의 한 탈북 노인은 “음식을 보니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와 동생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며 “음식으로라도 외로움을 달랠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북한 이탈주민 초청 경로잔치’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고향을 떠나 지내고 있는 탈북 노인들에게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자는 양천경찰서의 제안을 이 박사가 받아들여 성사됐다. 양천구에 사는 65세 이상 탈북 노인 67명 가운데 거동할 수 있는 55명을 경찰서로 초청해 이들과 그 자녀들이 편하게 정착할 수 있게 돕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박사는 “해주비빔밥, 명태순대, 평양 어죽 등 맛보여 드리고 싶은 음식이 많아 이런 자리를 또 마련할 계획”이라며 “대단한 어려움을 겪었고 말 못할 사정들이 있겠지만 꼭 잘 살아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탈북 노인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빠져나가며 이 박사에게 말했다. “명태식해 참 잘 먹었습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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