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기극에 제자들 보내… 뼈저리게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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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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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北送 50년… 북한행 권유했던 박두진 씨 특별강연

“북송선을 탄 제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밤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때 북송선을 타라고 권유했던 일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14일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에 있는 재일본 한국YMCA에서 열린 ‘북송 50년 특별강연회’. 연사로 나선 박두진 코리아국제연구소장(사진)은 30여 년 전을 떠올리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박 소장은 1972년 당시 일본의 조선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자들에게 ‘지상낙원’으로 가는 북송선을 권했다. 그의 말을 믿고 북송선에 오른 제자들은 200여 명. 박 소장은 “북한의 북송선 사업은 인도주의를 앞세워 북한과 총련이 날조한 대형 사기극”이라면서 “당시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1959년 12월 14일은 재일교포 975명을 태운 북송선이 일본 니가타 항을 출발한 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재일동포 북송사업은 북한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협정에 따라 총련계 재일교포들을 대거 북한으로 이송한 사업. 6·25전쟁 직후 노동력 부족을 메우고 재일교포들의 재산을 환수하고자 했던 북한과 재일교포를 한 명이라도 줄이고자 했던 일본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이었다. 북송사업은 1984년까지 지속됐고 총 9만3340명의 재일교포가 북한으로 건너갔다.

이날 또 다른 연사로 나선 양영후 간사이대 특별연구원은 “북송사업은 1995년부터 일본에서 문제가 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와 뿌리가 같다”면서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총련이 지금이라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최한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는 강연회 이후 ‘북송 50년-피해동포의 구제를 맹세하는 집회’를 열고 총련의 사죄와 함께 북송자의 출국 자유 허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북송사업이 시작된 지
50년을 맞은 14일 일본 도쿄 지요다 구의 재일본 한국YMCA에서는 당시 북송에 관여했던 총련계 일부 인사가 후회하고 반성하는
강연회를 가졌다. 1959년 12월 21일 일본 니가타 항에서 재일교포들을 태우고 있는 제2차 북송선.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송사업이 시작된 지 50년을 맞은 14일 일본 도쿄 지요다 구의 재일본 한국YMCA에서는 당시 북송에 관여했던 총련계 일부 인사가 후회하고 반성하는 강연회를 가졌다. 1959년 12월 21일 일본 니가타 항에서 재일교포들을 태우고 있는 제2차 북송선.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민단은 결의문에서 “북송은 한국 정부의 항의와 민단의 결사적인 저지투쟁에도 북한의 지령을 받은 총련이 저지른 대량납치 사태”라고 지적했다. 민단은 또 결의문에서 “북송 시작 5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북송의 제1당사자인 총련의 역사적 죄과를 준엄히 묻고 북송 동포를 하루라도 빨리 비참한 상황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단은 총련 측에 북한 당국에 대해 북송자의 인권 개선 및 출국 자유를 인정하도록 요구하라는 등의 4개 항목의 결의를 채택했다.

한편 당시 북송사업을 주도해 재일교포 등으로부터 인권 소송에 휘말려 있는 총련은 이날 북송 50년을 맞아 어떤 행사도 열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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