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에선 한의와 양의가 와이리 갈라져있시요?”

  • 입력 2009년 2월 1일 13시 45분


"이제 진짜 탈북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 의사, 한의사였던 탈북자 3명이 남한에서 의사와 한의사 국가고시에 나란히 합격했다.

정성일(39)씨는 함흥의학대학을 졸업하고 함경남도 지역에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의사로 활동하다 탈북했다. 지난해 의사 국가고시에 낙방했으나 올해 제73회 국가고시에서는 뜻을 이뤘다.

정 씨는 남한 정착 과정에서 북한 의사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곧바로 의사 시험을 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동안 방황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탈북자 출신 의사나 한의사들도 심사를 통해 학력이 인정되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보호정착지원법' 시행령이 2007년 개정돼 지난해부터 응시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남북한의 의학 용어가 워낙 달라 어려움이 컸다. 외래어가 많아 처음 접하는 말이 있었지만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공부에 몰두했다고.

북한에서 한의사였던 여성 2명도 제64회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 탈북자 사회의 '여풍(女風)'을 보여줬다.

청진의학대학 동의(東醫)학부를 졸업하고 8년간 한의사로 활동하다 탈북, 2002년 입국한 김지은(43)씨는 세명대 한의대(본과 1학년)에 편입해 4년간 정규과정을 밟았다.

김씨에 따르면 한의학은 남북 사이에 공통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아 역시나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북한과 달리 남한은 동의보감과 같은 한문 원전을 보며 배우고, 실기보다는 이론 중심이다. 또, 북한은 주관식 시험을 치는 반면 남한은 객관식 시험이 많았다.

함흥의학대학에서 한의사를 양성하는 고려학부를 졸업하고 3년간 근무하다 탈북, 2004년 남한에 온 이은지(가명.33)씨는 올해 처음 도전해 합격했다. 이씨는 여러 한의대를 찾아다니며 문의하고 자료를 찾아 독학으로 합격한 경우다.

이씨는 '양방과 한방의 교류 통합'의 정도를 남북 한의학의 가장 큰 차이로 꼽았다. 북한에선 3년간 서양의학을 배운 뒤 나머지 3년간 한의학을 배우지만 남한에선 양방과 한방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는 것. 이씨는 앞으로 양방과 한방을 접목해 좋은 진료를 펼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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