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의 힘’ 물리학 20년숙제 풀고, 의식생성 과정 규명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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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신성철 교수 ‘자성물질의 불규칙 잡음’ 해결

고밀도 하드디스크, 자기 메모리(M램) 등 차세대 기억소자를 개발하는 데 큰 걸림돌이던 ‘물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자성 변화’의 원인을 국내 연구팀이 알아냈다. 자기(磁氣)를 띤 물질에서 복잡한 자기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그 원인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신성철(사진) 교수는 15일 “온도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물질 내 자성 구조의 미세 변화가 물질에서 복잡한 자기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아 물리 분야의 권위지 ‘네이처 피직스’ 16일자에 실렸으며 올 11월 열리는 ‘국제 자성 및 자성체학회’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망간 비소화합물을 이용해 자기장 방향이 반대 방향으로 바뀌는 ‘자기 역전’ 현상을 분석했다. 물질의 온도가 올라가자 자성이 서로 반대인 물질 내 경계면의 구조가 바뀌면서 자기 변화도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한 것. 이런 현상은 지진이나 초전도체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 현상, 동물 허파가 팽창하는 원리에서도 발견된다.

신 교수는 “이번 연구로 20년간 풀지 못한 자성 물질의 불규칙한 잡음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며 “이를 활용하면 기억 용량이 지금보다 100배 늘어난 고밀도 하드디스크, M램 등 차세대 자성 소자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서울대 이상훈 교수 ‘시각에 의한 의식생성 원리’ 밝혀

시각 정보를 통해 뇌에서 의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서울대 심리학과 이상훈(사진) 교수팀은 “인간이 어떤 물체를 봤을 때 대뇌에 있는 시각피질의 여러 영역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색깔이나 모양, 움직임 등을 의식(자각)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5일 밝혔다.

철학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던 의식의 생성 과정을 이해하는 단서를 기초과학으로 규명한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6일자에 실렸다.

시각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시각피질은 30∼40개의 세부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림을 보여 주면서 시각피질의 1, 2, 3차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로 관찰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그림에 주의를 기울이면 시각신호가 2, 3차 영역까지 전달되면서 그림의 모양을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1차 영역에서 시각신호가 끝나고 그림을 의식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볼 수 있지만 의식이 없는 환자나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의 시각피질에서는 시각신호가 2차 이상의 상위 영역까지 도달하지 못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며 “시각 기능을 잃은 사람들이 직접 보지 않고도 의식 경험을 하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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