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규하 전 대통령 국민장 엄수

  • 입력 2006년 10월 26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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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경복궁을 출발한 故 최규하 前대통령 국민장 운구행렬이  세종로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26일 오전 경복궁을 출발한 故 최규하 前대통령 국민장 운구행렬이 세종로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역대 최단명 대통령으로 기록된 '비운의 대통령'인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오전 경복궁 앞뜰에서 추모객들의 애도 속에 국민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국내 정관계 주요인사와 주한 외교사절, 시민 등 각계인사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 관공서에서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일제히 조기가 게양됐다.

영결식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거행한 최 전 대통령과 부인 홍기 여사의 유해를 실은 영구차 2대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오자 곧이어 개식을 알리는 군악대의 조악 연주와 더불어 시작됐다.

이어 차인태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국민의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보고, 장의위원장인 한명숙 국무총리의 조사가 식순에 따라 진행됐으며,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치러졌다.

고인의 행적을 기리는 생전의 영상이 식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3분 가량 방영되자 유족과 일부 추모객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 총리는 조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현석 최규하 전 대통령을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함께 모였다"면서 "현대사의 격랑 속에 대통령직을 맡아 혼란한 정국을 국민과 더불어 감당했던 고인을 보내는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 슬프기만 하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한 총리는 "외교부 통상국장과 4차 한일회담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밤낮없이 신명을 다 바쳤고 73년 오일쇼크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석유 공급 약속을 받아낸 사실은 잊혀지지 않는 업적으로 남아 있다"며 "온 국민과 더불어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종교의식 집전이 끝난 뒤 조악대의 조곡 속에 상주와 직계가족,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과 장의위원장인 한 총리 순으로 최 전대통령의 영전에 국화를 바치며 고인을 추모했다.

또 박정원 한양대 음대교수가 나와 '청산에 살리라'를 조가로 불렀다.

최 전 대통령 내외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량은 삼군 조총대원 7명이 21발을 1분간 발사하는 조총의식이 끝나자 영결식장을 떠나 경북궁 동문-동십자각-광화문-세종로터리-남대문-서울역 삼각지-반포대교-경부고속도로를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태극기와 최 전 대통령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도보 속도로 서울 시청 앞까지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많은 시민들이 길가에 나와 최 전 대통령의 이승에서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며 애도를 표시했다.

최 전 대통령 내외의 유해는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원수묘역에서 안장식을 치른 뒤 유족들의 애도 속에 나란히 합장될 예정이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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