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 펑… 펑… 서울중앙지검 1, 2, 3차장의 바쁜 하루

  • 입력 2006년 2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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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검찰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큰 사건을 가장 많이 처리하는 곳이다. 검사도 200여 명에 이른다. 이곳에는 1, 2, 3차장이 있다. 차장들은 수사를 실무적으로 총괄 지휘하며 수사 상황을 언론에 브리핑한다. 국민과 언론은 이들의 ‘입’을 통해 검찰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들을 ‘검찰의 창(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창 속의 검사, “사생활이 없어요”=“우리가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6층 박한철(朴漢徹) 3차장실. 전날 발표된 검사장 승진 명단에 포함된 박 차장은 기자들 요청으로 지난 1년간의 소회를 이해인(李海仁) 수녀의 시 한 구절로 대신했다. 여느 때처럼 기자들에게서 열띤 질문 공세를 받은 직후였다.

박 차장은 “지난 1년간 사생활이 전혀 없었고 기자 여러분과 갈등도 많았지만 한분 한분을 성의 있게 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30여 명의 기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1년간 박 차장은 오전 4시 반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기자들 전화에 잠을 깼다. 퇴근 이후에도 오전 1시까지 끊임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벨 소리에 도저히 부인과 같이 잠을 잘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각방을 쓰며 ‘별거’를 했다고 박 차장은 털어놨다.

하루에 150통 이상의 전화를 받는 날도 있었다. 3차장이 지휘하는 특수 1∼3부와 금융조사부, 마약조직범죄부 등에는 국민의 관심을 끄는 대형 사건 수사가 많기 때문이다.

박 차장뿐 아니라 국가정보원의 도청 사건을 지휘한 황교안(黃敎安) 2차장과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을 지휘한 황희철(黃希哲) 1차장도 비슷한 생활을 했다.

▽선문답(禪問答) 브리핑=대형 사건이 터지면 서울중앙지검 차장과 기자들 사이엔 수사 진행 상황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하나라도 더 얘깃거리를 끌어내기 위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지만 언제나 이들은 ‘뜬구름 잡는 듯한’ 대답에 그친다. 수사 상황이 여과 없이 알려지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자들에게서 “너무 얘기를 안 해준다”는 항의를 수없이 받는다. 그러나 수사팀은 “수사 내용을 너무 많이 알려 준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차 때문에 늘 언론과도 긴장 관계가 계속됐다. 박 차장은 언론과 검찰의 관계를 갓 결혼한 신혼부부에 비유했다. 그는 “살아온 환경과 배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차장은 동기생 중 실력을 인정받은 우수한 검사들이 맡아 왔다. 이들은 대부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6일자로 황희철 차장은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장, 박 차장은 대구고검 차장으로 발령났다. 최근 10년간 서울중앙지검 차장을 지낸 35명 중 ‘검사의 별’로 불리는 검사장에 승진하지 못한 검사는 3명에 불과했다.

송광수(宋光洙) 전 검찰총장과 정상명(鄭相明) 현 총장은 2차장을 지냈다. 특별수사로 이름이 높았던 심재륜(沈在淪) 전 대구고검장은 3차장 출신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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