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했던 이방인 호머 헐버트…서거 56년 맞아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2분


코멘트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의 80대 때 모습. 사진 제공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의 80대 때 모습. 사진 제공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1886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 땅을 찾아 고종 황제의 외교 고문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미국인.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알렸고, 1908년경 개성에 있던 경천사 10층 석탑(국보 86호)을 일제가 약탈해 가자 일본 신문(‘Japan Mail’, ‘Japan Chronicle’ 등)에 이를 폭로해 결국 ‘반환 항복’을 받아낸 인물. 일제에 의해 추방된 뒤 1949년 86세의 노구를 이끌고 한국을 다시 찾았다가 일주일 만에 타계한 인물.

호머 헐버트(1863∼1949).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 한국 땅에 묻히길 원하노라”던 평소의 말 그대로 그는 지금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묘지에 묻혀 있다. 헐버트의 56주기(5일)를 맞아 그의 자서전 등 관련 자료가 발굴됐고 그를 기리는 다양한 기념사업이 마련된다.

특히 9일은 국립중앙박물관 중앙홀에 복원 중인 경천사 10층 석탑의 복원공사가 마무리돼 준공식이 열리는 날. 이를 계기로 헐버트의 뜨거운 한국 사랑을 되새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경천사 탑 안내문에 헐버트의 반환 노력 내용을 담자는 움직임이다.

호머 헐버트가 1920년대 미국 뉴욕에서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강연을 했을 때의 안내 포스터. 사진 제공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金東珍 전 체이스맨해튼 은행 한국대표)는 최근 이 같은 뜻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전달했다.

김 회장은 “헐버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우리의 국보가 되돌아올 수 있었는데도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면서 “그의 한국 문화재 사랑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최근 헐버트의 모교인 미국 뉴햄프셔 주 다트머스대 도서관에서 헐버트의 자서전, 1920년대 미국 뉴욕에서의 강연 포스터 등 관련 자료를 찾아냈다.

특히 강연 포스터엔 1907년 고종 황제의 특사로 이준(李儁) 이상설(李相卨) 이위종(李瑋鍾)과 함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할 당시 고종 황제로부터 받았던 특사증이 수록되어 있다.

기념사업회는 이와 함께 헐버트의 내한 120주년이 되는 2006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참가 100주년이 되는 2007년에 헐버트 자서전 번역 출간, 국제 학술대회 개최, 기념관 건립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56주기 추모식은 5일 오전 10시 반 양화진 외국인묘지에서 열린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