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귀국 정미정씨 “내가 겪은 설움 아직도…”

  • 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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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아 출신으로 25년 전 미국에 입양됐던 정미정 씨(오른쪽)가 20일 펄벅재단을 찾아 같은 혼혈아인 강민정 양에게 선물과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혼혈아 출신으로 25년 전 미국에 입양됐던 정미정 씨(오른쪽)가 20일 펄벅재단을 찾아 같은 혼혈아인 강민정 양에게 선물과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아직도 저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안타까웠어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펄벅재단(www.pearlsbuck.or.kr)을 찾은 정미정(미국명 브랜다 샌더즈·43·여) 씨가 25년 만에 다시 만난 재단 관계자를 보며 던진 첫마디다.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인 그는 자신이 후원하는 혼혈아를 직접 만나기 위해 고국을 다시 찾았다.

이 재단은 소설 ‘대지’의 작가이자 퓰리처상(1932)과 노벨문학상(1938) 수상자인 미국인 펄벅 여사가 1964년 한국의 혼혈아를 돕기 위해 처음 세운 복지단체.

미국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 씨는 올해 3월부터 재단의 한국인 혼혈아 5명에게 각각 1000달러(약 100만 원)를 후원하고 있다.

정 씨는 “지난해 말 한 언론사의 불우이웃돕기 기사에서 아직도 한국에 소외받는 혼혈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세 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정 씨는 “한국에서 혼혈인에 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살인고문과도 같은 것이었다”며 “그래도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이런 복지단체에서 지원해 준 학비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씨는 경기 평택시 S여고에 다니는 강민정(17) 양을 만나 용기의 말을 전했다. 정 씨가 당시 학교에서 우등생 소리를 들었듯 강 양도 반에서 5등 내외의 성적을 보이는 우등생. 강 양의 어머니는 최근 몸이 불편해 그동안 다니던 일용직일을 그만 둔 상태다.

미래에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강 양은 “이곳저곳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 덕분에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부담은 없다”며 “정 선생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 더 좋은 일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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