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화원정대 ‘36일 850㎞’ 대장정 마쳐

  • 입력 2004년 7월 30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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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국토순례단 2004 대한민국 문화원정대 146명이 30일 오후 850km대장정의 종착지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한 뒤 모자를 하늘 높이 던져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박영석 원정대장은 '이 자리에까지 온 여러분은 이제 세상을 가질 준비가 다됐다'며 완주를 축하했다.원대연기자yeon72@donga.com
대학생 국토순례단 2004 대한민국 문화원정대 146명이 30일 오후 850km대장정의 종착지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한 뒤 모자를 하늘 높이 던져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박영석 원정대장은 '이 자리에까지 온 여러분은 이제 세상을 가질 준비가 다됐다'며 완주를 축하했다.원대연기자yeon72@donga.com
대학생 국토순례단 ‘2004대한민국 문화원정대’(대장 박영석)가 36일간 850km의 대장정을 마치고 30일 오후 4시40분 종착지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골인했다.

㈜엔씨소프트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2004대한민국 문화원정대는 지난달 26일 포항 호미곶에서 출발해 영덕∼강릉∼양양∼고성∼양구∼철원∼임진각을 거쳐 이날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대원 148명 중 중도 탈락자는 2명뿐.

해단식에서 박영석 대장은 대원들에게 완주증을 수여하고 우수대원 10명에게는 한 학기 등록금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수여했다. 120만여보에 걸친 대장정을 되짚어 본다.

#5000명 지원 148명 선발

문화원정대 대장인 박영석씨(41)는 내년 초 북극점 도전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히말라야 8000m급 14좌, 7대륙 최고봉, 3극점)을 이루는 산악인.

“지금까지 나 자신을 위한 원정만 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원정대를 오래 전부터 꾸려 보고 싶었습니다.”

지원자 모집에 5000여명이 몰렸다. 서류전형과 3km 달리기 등 체력 테스트로 148명의 대원이 추려졌다.

이들이 써 낸 원정대 참가 이유는 요즘 한국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한다. “취업을 앞둔 지금 영어공부의 압박, 수차례 입사 지원에서 계속되는 낙방, 사회의 냉정한 잣대. 자꾸만 작아진다. 무너져 가는 자신감을 되찾고 싶다.”(임한빈·26·충남대) “취업전선에 뛰어들기가 두렵기만 하다. 극한의 상황에서 나를 발견하고 싶다.”(최대중·25·서강대)

#하루평균 8시간 32km 강행

오전 5시40분 기상. 하루 평균 8시간, 최장 32km의 강행군, 텐트에서의 공동생활…. 편안한 도회지 삶과 개인 생활방식에 익숙했던 이들에겐 공동생활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었다.

일주일 만에 대원 80%가량이 발에 물집이 생겼다. 이어 장마. 장윤석 대원(23·건국대)은 원정대 홈페이지(www.ncroad.com)에 올리는 일지에 이렇게 썼다. “빗속에서 젖은 채 텐트를 치고, 빗물 섞인 밥을 먹고, 축축한 침낭 속에서 잠을 잔다. 언제쯤 밝은 해를 볼 수 있을까.”

초복인 20일부터는 가마솥더위가 시작됐다. 탈진하는 대원들이 속출했다.

“찌는 듯한 폭염 속을 뚫고 미친 듯 걸었다. 뒤따라오는 구급차는 자꾸 타라고 유혹했다.”(김지용·24·서울대) “오늘 결국 구급차에 실렸다. 허리통증에 두통, 복통, 거기다 탈진까지….”(정선년·21·대구가톨릭대)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했다

김혜영 대원(23·건국대)은 이번 원정을 통해 주변의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됐다. “걷는 속도로 세상을 보니 주변이 잘 보였다. 미처 몰랐던 이웃들이 나를 보고 웃어 주고 있었고, 내 입으로 들어갈 곡식과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고생을 함께 하는 동안 ‘개인의 도전’은 어느새 ‘우리의 도전’이 됐다. 박석이 대원(25·세명대)은 “나 혼자만의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 하나가 됐다. 내가 아니라 우리의 완주”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에는 36일 동안 5662건의 격려 메시지가 쏟아졌다.

만보계를 달고 걸었던 김소영 대원(25·세종대)은 30일 수첩에 ‘120만5081보’라고 썼다.

원정의 마지막 밤이었던 29일 한 대원은 말했다. “우리의 원정은 끝나지만 각자 개인 삶의 원정은 계속된다.”

장윤석 대원은 19일 강원도 평화의 댐 근처 해산터널(길이 1986m)을 통과한 경험을 일지에 이렇게 썼다. “나 또한 내 인생의 긴 터널을 걷고 있다. 터널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저편 끝에 빛이 있다는 것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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