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서 기능성 벼연구 보조하는 주부도우미 16명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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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기능성 벼 연구를 돕고 있는 주부 도우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성 쌀이 개발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포항=이권효기자
고품질 기능성 벼 연구를 돕고 있는 주부 도우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성 쌀이 개발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포항=이권효기자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쌀의 해’라 자부심이 더 커요.”

20일 오후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 5층 옥상. 주부 10여명이 볍씨를 분류하고 벼의 DNA를 분석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5년째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성 벼 연구에 도우미 역할을 해왔다. 1999년 2명이었던 주부 도우미는 이제 16명으로 늘었다.

박인순(朴仁順·39·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씨는 “쌀의 DNA를 분석하면서 쌀의 연구 분야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실감했다”며 “여기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성 쌀이 개발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들이 쌀 연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는 안진흥(安鎭興·56) 교수의 요청이 계기가 됐다. 안 교수는 지난해 4월 영국의 과학전문잡지인 ‘네이처’에 고품질 쌀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거둔 인물로 소개됐다. 안 교수는 “주부들의 섬세한 손길이 없었다면 국산 벼를 응용해 10만여종의 돌연변이를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이들을 칭찬했다. 주부 도우미들은 수만종에 이르는 볍씨를 분류한 뒤 조직을 배양하고 DNA를 분석해 안 교수에게 넘겨주는 작업을 맡고 있다. 이현숙(李賢淑·40)씨는 “작은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쌀 강국이 되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벼 DNA(6만개 정도)의 서열은 2003년 일본 학자들이 밝혔지만 벼 유전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돌연변이를 10만개나 찾아내기는 안 교수팀이 세계 처음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연구팀에서 종자 정리를 맡고 있는 안상선(安相先·45·남구 대잠동)씨는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벼,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는 쌀이 세상에 나올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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