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법관생활 끝낸 송진훈씨 "對北송금 진실 규명돼야…"

  • 입력 2003년 2월 23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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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의 생활은 날마다 집무실에 쌓이는 기록과의 싸움입니다. 혹시 오판은 없었는지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었고 법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자신할 수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17일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자리를 옮긴 송진훈(宋鎭勳·61·고시 16회·사진) 전 대법관. 그는 68년 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구지법 부장판사, 울산지원장, 대구지법원장 등을 역임하며 35년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피고인이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보다 법정에서 말하는 태도를 살펴본 뒤 진실이 무엇인지를 주로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런 점에서 97년 대법관 임명 이후 퇴임할 때까지 하급심을 거쳐온 기록만을 보고 유무죄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97년 1월 대법관으로 임명된 직후 5·18 내란사건을 맡았다. 당시 대법원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각각 무기 징역과 징역 17년형을 확정했다.

“그때에도 통치행위 공방이 치열했는데 객관적인 진상에 비추어 신군부의 불법과 헌정질서 파괴를 통치행위로 볼 수 없다는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최근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 의혹 사건도 진실이 먼저 밝혀져야 통치행위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형사사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1심 주심을 맡았을 때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다’고 사형을 선고한 형사사건이 없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가 사형을 선고한 사건은 부산고법원장으로 재직하던 96년 한국인 선원 등 11명을 살해한 중국 조선족 선원 6명에 대한 항소심 등 몇 건이 있지만 모두 1, 2심에서 사형이 이미 선고된 사건이어서 비교적 부담이 적었다는 것.

그는 “검찰과 법원에 일이 많으면 기본적으로 세상이 불편하다는 증거”라며 “사법부가 흔들리지 말아야 법치주의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송 전 대법관이 택한 태평양에는 서울대 법대 동기생인 강원일(姜原一) 전 ‘파업유도 의혹 사건 특별검사, 대학 2년 후배인 이명재(李明載) 전 검찰총장 등도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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