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출신 데크람씨 “19세기 한국 연구하다 한국에 반해”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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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 법과대학원 졸업, 매킨지 네덜란드법인 근무, 자본금 160억원 벤처기업 사장, 한국 리눅스 관련 벤처기업 고문, 지금은 한국의 영어과외선생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에세이라인’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바트 데크람(35·사진)은 한국에 체류 중인 ‘일반적 이미지’의 외국인 강사와 사뭇 느낌이 다르다.

벨기에 출생인 데크람씨는 브뤼셀의 국제고교와 브뤼셀대를 졸업한 뒤 93년 LSAT(미 법과대학원 수능시험)성적 상위 1%의 성적을 받고 당시 유일한 외국인 신분으로 스탠퍼드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브뤼셀대 정치학과 졸업논문으로 뭔가 창의적인 게 없을까 궁리했던 데크람씨는 ‘아주 먼 나라’인 한국에 대한 논문을 쓰기로 결심하고 ‘19세기 한국의 국제무역’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지 특이한 소재를 쓰면 점수가 잘 나온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그러나 한국문화원과 도서관을 계속 드나들며 역사와 문화, 한일관계 등에 빠져들었습니다.”

독일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던 데크람씨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한국어를 독학으로 익혔다. 그는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속담을 논문과 자기소개서에 요긴하게 쓸 정도.

90년대 중반 인터넷 바람이 몰아칠 때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 강사로 봉사활동을 하며 실력을 익혔다. 동료들과 자본금 160억원대의 벤처기업을 창업해 자산가치를 600억원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투자열기가 식으며 회사가 해체됐다.

그는 매킨지 네덜란드 지사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인 친구가 ‘리눅스시스템을 다루는 벤처사업을 해보자’고 권유해 지난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때 마침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의 한국인 친구가 ‘학원사업을 해 보자’고 권유해 벤처기업을 퇴사하고 ‘영어교육자’로 목표를 바꾸었다.

“몇 년 뒤엔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계를 기반으로 한 교육벤처기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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