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깎기 25년 김덕주씨 "속을 잘 비워야 맑은소리…"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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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이권효기자
영천=이권효기자
“새해에는 목탁소리처럼 맑은 마음이 온 나라에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경북 영천시 남부동 경부고속도로 영천IC 부근의 조그마한 목공소에서 목탁을 깎는 김덕주(金德周·43·사진)씨. 18세 때 우연히 들은 절의 목탁소리에 끌려 시작한 일이 어느새 25년째다.

“목탁 깎기는 나무 속에서 소리를 찾는 일입니다. 나무 고르기부터 음(音) 맞추기까지, 참 까다로워요.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목탁을 만들었지만 소리는 목탁마다 다 다른 것 같군요.”

목탁의 재료는 단단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나무가 제격이다. 요즘 가장 널리 쓰이는 나무는 벚나무. 박달나무는 단단하지만 무거워서, 소나무는 물러서 좋지 않다. 조선시대에는 대추나무를 많이 썼지만 요즘은 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김씨의 설명.

“나무는 말리는 과정에서 갈라지기 일쑤입니다. 말리고 삶고 찌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골라낸 나무만 쓰지요. 안을 잘 비워야 바깥으로 소리가 잘 납니다. 나무 속을 파낼 때는 제 마음도 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목탁의 생명은 ‘소리’.

“다 만든 목탁은 피아노 조율하듯 끌로 속을 파내 음을 조절하지요. 비가 오거나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아예 이 일을 피합니다. 도공(陶工)이 겉보기론 멀쩡한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깨버리 듯, 목탁도 아무리 겉모양이 좋아도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면 태워버립니다.”

김씨가 만드는 목탁은 직경 8∼30㎝의 10여가지. 이 가운데 직경 15㎝가량 되는 것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목탁이다. 요즘은 목탁이 중국과 동남아로부터 대량 수입돼 들어오나 ‘무늬만’ 목탁인 것이 많다고 한다.

“절이나 TV에서 목탁소리를 들어보면 나무 속을 너무 깊이 팠는지 얕게 팠는지 구분할 수 있어요. 목탁이 조금씩 깨져 탁한 소리를 내는데 모르고 두드리는 경우도 많지요.”김씨처럼 목탁을 깎는 목공은 전국적으로 5, 6 명. 김씨에게 목탁 깎기를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도 꽤 있지만 1년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그는 “이제 조금씩 목탁소리에 정신이 깨어나는 것 같다”며 “세상에 목탁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나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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