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사람]국내최대 공룡이빨화석 발견 이융남박사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19분


사진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사진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내에서 발견된 것으로는 최대인 육식공룡의 이빨 화석을 발굴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李隆濫·42·본보 9월4일자 A1면 보도·사진) 박사. 국내 유일의 공룡 박사인 그는 한반도에서 공룡의 화석을 성체(成體)로 발굴할 꿈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화석은 공룡들이 물을 마시러 왔던 호숫가 지층에 집중돼 있어요. 이번 탐사는 공룡의 실제 서식지였을 것으로 보이는 지층에 대한 첫 본격 조사로 보시면 됩니다.”

공룡이 생존했던 중생대는 크게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다. 한반도에선 이 중 백악기 퇴적암층이 잘 드러나 있다. 수천 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경남 고성과 전북 해안, 수백 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전남 보성군과 경기 시화호 등은 백악기 지층 중 호숫가 퇴적층(진동층). 이 박사가 이번에 조사하기 시작한 지역은 경남 남해도로부터 소백산맥과 진주∼대구∼의성 사이에 위치한 대규모 공룡 서식지 퇴적층(하산동층)의 일부다.

그는 8월 땡볕 속에 한 번에 닷새씩 두 번에 걸친 지층 표면조사로 육식공룡의 이빨과 종아리뼈, 초식공룡인 오리주둥이공룡의 이빨, 원시악어의 머리뼈 등 10여 점의 화석을 발굴했다. 일반 암석과 구별하기 힘든 이 화석들은 바닷가 돌들을 이 잡듯이 뒤져가며 찾아낸 것이다.

“소풍 가서 가장 재미있는 게 보물찾기잖아요. 공룡의 화석을 찾는 일도 보물찾기와 같아요. 보물을 숨겨놓는 게 선생님이 아니라 자연이고, 숨겨놓은 시간이 1시간 전이 아니라 수천만년 전이란 점만 다르죠.”

그는 세계척추고생물학회 회장인 미국 루이스 제이콥스 박사의 제자로 미국 텍사스와 몽골 고비사막의 수많은 공룡 발굴에 실제로 참여한 베테랑. 그가 유학 당시 새롭게 발견해 학명을 붙여준 중생대 척추고생물은 갑옷공룡의 일종인 파파사우루스, 이빨을 갖춘 익룡인 콜로보링쿠스, 원시악어의 일종인 우드바인스쿠스 등 3종이나 된다.

이 중 콜로보링쿠스는 원래 150여년 전 ‘공룡’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지었던 영국의 박물학자 리처드 오웬이 자신이 발굴한 익룡에 붙였던 학명. 그러나 후대 학자들은 이 익룡이 그 이전에 발견된 익룡의 아류(亞流)란 이유로 그 학명을 서랍 속에 처박아뒀다. 이 박사는 오웬이 발견한 익룡이 자신이 새로운 종으로 발굴한 익룡과 같은 속(屬)이었음을 새롭게 비교 입증함으로써 이를 부활시켰다.

그는 1996년 ‘공룡화석의 세계최대 보고’라는 고비사막에서 동북아 공동탐사대의 일원으로 50여일간에 걸쳐 5마리의 공룡 성체를 발굴하기도 했다. 과연 한반도에서도 온전한 공룡의 화석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한반도는 지각변동이 워낙 많아 공룡 뼈가 고스란히 보존되기도 어렵고 색도 검게 변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비슷한 지층을 지닌 일본의 예를 들어 ‘희망’을 이야기했다. 10여년 전 일본 후쿠이현에서 2㎝ 길이의 공룡발톱이 발굴됐다. 일본은 이를 단서로 수십m의 주변 산을 깎았고 후쿠이사우루스와 후쿠이랩터라는 일본산 공룡 2마리의 화석을 발굴했다. 이 발굴은 다시 2000년 34마리나 되는 공룡의 성체를 모아 전시한 세계 최대 공룡박물관으로 이어졌다.

그에게 왜 공룡을 찾느냐는 우문을 던졌다.

“세 가지 즐거움이 있습니다. 인간보다 40여배나 더 긴 시간 지구를 지배했던 생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줍니다. 또 진화의 과정을 통해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공룡이 왜 멸종했는가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알려줄 테니까요.”

대덕〓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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