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하씨 “尹대통령,5·16세력과 내통안했다”

  • 입력 2002년 7월 9일 23시 48분


5·16쿠데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준하(金準河·72)씨가 5·16부터 1963년 제5대 대통령선거 때까지 격변의 역사현장에서 보고 겪은 사실을 담은 회고록 ‘대통령과 장군’(나남출판)을 펴냈다.

김씨는 “5·16과 관련해 왜곡 조작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회고록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정치현장을 취재했던 김씨는 4·19혁명 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옮겨 윤보선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19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격동의 현장을 지켜봤다. 이후 그는 군사정권의 집요한 감시를 받았고 1971년 고려대 강사를 거쳐 79년 동부고속 사장, 92년 강원일보 사장 등을 지냈다.

“쿠데타 바로 다음날 대통령 친서를 이한림 1군사령관과 민기식 2군단장, 최석 5군단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방부대를 방문했었다. 전방에 가보니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대 내부가 이미 엉망이었다. 이한림 장군은 쿠데타 세력을 비난하며 예하 부대를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쳤지만 1군사령부 직속인 민기식 군단장은 혁명 지지를 선언했고 박춘식 사단장은 민 군단장 앞에서 ‘나는 누구의 명령도 안 듣는다’고 무례하게 굴기까지 했다.”

김씨는 윤 대통령이 쿠데타 세력과 내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내가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내통하거나 묵인한 일은 결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군통수권이 없었던 윤 대통령은 마셜 그린 주한 미 대사와 카터 매그루더 유엔군사령관에게 미군을 동원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등 피를 흘리지 않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애썼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정치군인들의 치밀한 사전계획과 장면 정권의 무능과 분열 때문에 쿠데타 세력이 집권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또 혁신세력이 주도한 야간 데모 등 사회적 혼란, 물가 폭등과 경제 파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등이 쿠데타의 빌미가 됐다는 것.

김씨는 박정희 소장의 첫인상에 대해서는 “박정희와 윤 대통령과의 면담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아주 영리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박정희는 민정 이양 등에 관해 수시로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동아일보 퇴직사원 모임인 동우회는 11일 오후 6시반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김씨의 저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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