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한우근 서울大명예교수]실학-동학 연구 큰 업적

  • 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49분


28일 84세로 타계한 한우근 서울대명예교수는 광복 후 우리 국사학의 기반을 다진 사학계의 원로.

고인은 해방 후 대학강단에서 조선시대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첫세대에 속한다. 20여권의 저서를 냈으며 특히 조선후기 실학과 동학 관련 연구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룩했다. 70년에 발간된 ‘한국통사’는 국제적으로도 성가를 높인 역저다.

1915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도쿄대 수학 후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1회)하고 55년 홍익대교수를 거쳐 59년부터 81년까지서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 대학 한국문화연구소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74년학술원회원이 됐다.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뒤에도 선생의 연구열정은 식지 않았다. 퇴임 후 ‘동학과 농민봉기’ ‘기인제(其人制)연구’ ‘조선시대사상사 연구논고’ ‘민족사의 전망’등 6권의 저서를 냈다. 또 한양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에서 강의했다.

고인은 평양고보 시절 광주학생운동에 참여해 퇴학당하기도 했으며 일제 말기에는 학병을 거부하다 징용돼 강제노역을 당하는 등 지행합일의 면모를 보인 지식인이었다. 국사학에 일생을 바친 고인의 학문에 대한 애정은 이런 체험에서 비롯됐다고 제자들은 전한다.

운명하던 전날도 밤늦게까지 학술원에서 부탁 받은 논문을 쓰다가 잠자리에 든 뒤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고인의 제자인 한영우(韓永愚)서울대인문대학장은 “선생은 서우(西牛)라는 호에 어울리게 소처럼 일평생 근면하고 성실하게 사셨으며 학문적으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루면서 깊은 산 속의 난초처럼 참 선비의 모범을 보이셨다”고 추모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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