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반도체」 신물질 개발 쾌거…서울대 임지순교수

  • 입력 1998년 1월 30일 19시 54분


금속을 성질이 전혀 다른 반도체로 바꾸는 ‘21세기 연금술’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 ‘연금술’의 기본원리는 금속의 결합 형태를 조작, 신물질을 합성하는 것으로 이를 활용하면 집적도가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1만배 이상 높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제작이 가능하다.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任志淳·46)교수는 미국 UC버클리대 물리학과 마빈 코언,

스티븐 루이교수와 함께 ‘탄소결합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전기적 특성 변화’를 공동연구해 이같은 획기적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확인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지는 1월29일자에 이 연구결과를 3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고 인터넷을 통해 이 내용을 세계에 공지했다. 특히 네이처지는 30일 오전 동아일보사에 팩시밀리로 네이처지 게재 전문(全文)과 함께 이같은 사실을 알려왔다.

네이처지는 세계적 과학자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친 논문만을 게재하고 있으며 여기에 한번 실리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게 된다.

과학계는 임교수의 연구 결과가 실용화로 이어지면서 앞으로 컴퓨터와 정보통신분야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임교수는 30일 본사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흑연의 탄소분자는 10억분의 1m 굵기의 나노튜브라는 속이 비어있는 초미세관형태의 줄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이 나노튜브를 10개이상 밧줄처럼 꼬아 합성하면 금속 성질이 없어지면서 반도체처럼 전기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성질로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교수는 “반도체소자인 1G(기가)DRAM의 회로선폭이 1천만분의 2m 수준인데 비해 나노튜브의 굵기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나노튜브를 이용하면 반도체의 집적도를 현재보다 1만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교수는 또 “나노튜브는 속이 비어있는 관(管)형태로 되어 있어 가벼우면서도 결합력(강도)이 매우 높다”며 “나노튜브를 이용해 탄소섬유를 만들 경우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한 테니스라켓을 만드는 등 각종 신물질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병희·최수묵기자〉

▼임지순교수▼

임지순교수(46)는 지난70년 대학입학 예비고사에서 전국수석을 차지했고 서울대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한 수재. 75년 미국의 UC버클리대학을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85년까지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하는 등 물리학 연구분야에서 ‘최고의 코스’를 밟아왔다. 이번 연구도 UC버클리 시절 지도교수인 마빈 코언교수가 임교수에게 공동연구를 제의해 이뤄졌다.

86년 귀국한 임교수는 90년부터 서울대 이론물리센터(CTP)의 고체물리이론실장을 맡아 이 분야 연구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와 표면물리가 주요 연구과제. 물리이론을 실험으로 입증하느라 서울대 내에서 슈퍼컴퓨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사람중 하나로 꼽힌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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