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玖씨 前부인 줄리아여사]王朝물건 수백여점 반환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줄리아여사
줄리아여사
『제가 보관하고 있는 李玖(이구·66)씨의 물건을 모두 그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한국에 대한 저의 마지막 정표로 생각해주세요』 마지막 황세자 이구씨와 지난 82년 이혼한 미국 출신의 줄리아여사(67). 지난해말 미국으로 떠났다 최근 다시 돌아온 그녀는 요즘 서울시내의 한 임대주택에서 이씨에게 돌려줄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소장품은 고종 장례식모습을 담은 「덕수궁국장화첩」을 비롯해 고종과 순종 순종비 고종가족 사진, 英親王(영친왕)과 李方子(이방자)여사의 사진, 대한제국의 황실문양이 새겨진 그릇, 이씨의 스케치, 영친왕의 슬라이드필름 등 수백여점. 이중 상당수는 워싱턴 뉴욕 등 미국 각지의 친척집에 남아있던 것을 한데 모아 가져온 것이다. 『이제 저는 이구씨나 조선왕조와 맺었던 인연의 마지막 장(章)을 넘기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 줄리아여사의 표정은 아쉬움과 미련을 차마 지우지 못했다. 파란 눈의 여인이 몰락한 왕조의 황세자를 만나 예측하지 못한 운명의 길에 들어선 것은 지난 58년 뉴욕에서 이씨와 결혼하면서부터. 31년 일본에서 영친왕과 이방자여사의 아들로 태어난 이씨는 17세때 미국으로 건너가 명문 MIT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었다. 63년말 이씨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줄리아여사는 창덕궁 낙선재에 거처를 정하고 장애아들을 돌보면서 수공예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후세를 잇지 못하고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종친회의 이혼 압력이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남편 이씨는 75년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사실상의 별거가 7년이나 이어지고 결혼생활은 결국 25년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녀는 낙선재를 나왔지만 한국을 떠나지는 않았다. 외국을 떠돌던 이씨는 지난해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줄리아여사는 이번 일을 마무리하면 미국으로 다시 떠날 생각이다. 헤어진 이씨를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물었다. 『만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만난들 또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저 와서 이 물건을 가져가길 바랄 뿐입니다』 〈이광표·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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