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여직원에게 남성과 다른 ‘야망 모델’을 제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6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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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관리직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물에 직면하곤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야망’에 대한 남성 중심의 청사진이다. 여성들은 육아나 노인 돌봄, 가사 노동 등 생애 단계별로 다양한 요구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남성 중심으로 그려진 야망의 경로와 속도를 좇는 것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 청사진을 따를 수 없거나 따르지 않으려는 사람은 실격 처리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속도를 늦추면 야망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된다. 반대로 청사진을 따르는 여성들은 역할 과부하에 시달린다. 구조적인 불이익 속에서 번아웃에 직면하게 된다.

여성이 잠재력을 무시당하거나 야망에 대한 획일적 문화 때문에 회사를 떠난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손해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기업들의 최선책은 여성에게 유연한 근무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제 이보다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성장에 대한 유연한 접근 방식이다. 여성이 리더로 올라가는 것을 주저할 때 승진 거부로 해석하기보다는 생애 단계의 전환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에 대한 유연한 사고방식을 장려할 수 있다.

먼저 속도와 경로에 유연성을 높인다. 유능한 관리자는 사다리를 오르거나 내려가야 한다는 이분법적 관점을 강요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단기적으로 유연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도 여전히 발전 가치가 있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어 포천 100대 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자녀를 양육하는 8년 동안 중간관리자 직급에 머물러 있었다. 이 기간 쌓은 경험은 전문성을 키우고 원활한 인간관계와 자신감을 갖게 해줬다. 그는 준비가 됐을 때 빠르게 성장했고 이후 적절한 시기에 승진할 수 있었다. 여성에게 언제 속도를 내야 할지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남성 동료와 같은 속도로 달리도록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다른 포천 100대 기업의 중간관리자 한 명은 임신 때문에 승진을 주저했다. 그는 자신의 주저함이 야망의 부재가 아닌 현재 상황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했고 상사는 그를 이해했다. 임신 후반기에 무리하지 않도록 기회와 타이밍을 조율해줬고 동시에 정기적으로 경력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준비가 되면 다시 관리직 사다리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 또한 심어줬다.

여성의 경력 속도 조절을 적절하게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한 게임 스튜디오는 어린 자녀 둘을 둔 유능한 직원이 양육 문제 때문에 업무 범위를 줄여달라고 요청하자 기꺼이 받아들였다. 나아가 그를 스튜디오의 리더십 팀에 계속 남겨두고 1년 뒤 최고책임자로 임명했다. 개인적 삶을 위한 유연성을 가지면서도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이런 사례를 특별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출산 휴가를 쓰거나 유연 근무를 하면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모성 편견’ 때문에 많은 여성이 직장에서 모성애를 숨긴다. 이는 남성 중심의 야망 모델을 간접적으로 강화한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된다. 영감을 불어넣고 야망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례 한 가지가 아니라 더 많은 모범사례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성이 상사에게 실질적인 피드백을 적게 받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양질의 피드백을 제공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관리자의 지시가 적다는 것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의미다. 역동적인 성장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훌륭한 피드백이 있다면 여성이 일시적으로 승진 궤도에서 벗어나더라도 역할 내에서 언제든 성장할 수 있다.

오랫동안 여성은 남성 중심으로 그려진 야망의 청사진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현명한 기업과 관리자들은 이런 청사진이 높은 성과를 달성한 여성들의 경력 발전과 성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성들 역시 야망을 갖고 있고 남성이 그리는 야망과는 속도와 경로가 다를 수 있다. 이들이 여성이자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으면서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경로를 따라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여성의 야망을 재정의하라’를 요약한
것입니다.


레이철 시먼스 경영 코치, ‘소녀들의 전쟁’ 저자 아드리엔 코르타스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여직원#남성#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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