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부진과 경기 불황에 지친 기업들의 한숨 소리는 전국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부산 경제를 떠받치는 유통, 물류는 매출이 작년의 반 토막이 났고, 조선·기계 산업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평택 화성 울산 여수 등 해외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기업들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크게 흔들리고 있다. 수출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뿌리 기업들이 썩어가고 있다.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전국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니 10명 중 7명은 지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더 나쁜 상황이라고 답했다. “앞이 안 보인다” “내년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는 위기감이 기업들 사이에 팽배하다. 줄도산 징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국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총 1363건으로 파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다.
중소·중견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한국 경제의 근간이다. 뿌리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의 회복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장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 규제 완화, 인력난 해소, 세제·금융 등의 지원 등 시급한 과제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가야 한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했지만 느긋하게 기다릴 순 없다. 호흡기를 달고 사는 중소기업들엔 버틸 시간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