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경쟁력 2년 연속 하락… 문제는 기업 아닌 정부 효율성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1일 0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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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올해 한국은 64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평가에서 네 계단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또 한 계단 내려앉으며 2년 연속 후퇴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놓고 우리와 경쟁하는 대만은 6위, 한국의 중간재 수출 기지인 중국은 21위였다.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한국의 국가 역량이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다. 말레이시아(27위)에도 순위가 밀려 충격이 크다.

IMD가 평가하는 4개 주요 항목을 보면 경제 성과, 기업 효율성, 인프라 부문은 개선되거나 지난해와 같았지만 정부 효율성이 36위에서 38위로 두 계단 떨어지며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렸다. 이 순위는 3년째 하락해 정부의 경제 운용 역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 효율성 중에서도 외국인 투자 매력도와 노동 관련 규제, 경쟁법 효율성 등을 따지는 기업 여건이 53위로 최하위권이었고 관료주의는 꼴찌 수준이었다. 반기업·반시장 정책들과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등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무엇보다 재정 분야 순위가 40위로 8계단이나 추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국가채무가 지난 5년간 400조 원 이상 늘어 지난해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또한 117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영향이 크다. 정부가 나랏빚을 늘리며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한 부작용이 국가경쟁력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악화와 자산시장 침체 등으로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상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월까지 45조 원으로 벌써 올해 예상치의 78%에 도달했다. 중장기 재정 건전성이 재정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이런데도 재정 적자를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안은 32개월째 국회에서 공전 중이고, 총선을 앞두고 세금을 뿌려 표를 사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과 공공 부문 건전성을 지키지 못하면 이미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계·기업의 과다한 빚과 맞물려 국가 신인도 하락과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세수는 줄고 복지 수요는 급팽창하는데, 퍼주기 경쟁을 이어가면 국가경쟁력은 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나랏빚은 1분에 1억 원 이상씩 늘고 있다.
#국가경쟁력#정부 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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