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진]요즘 부쩍 화가 난다고? ‘분노의 시대’의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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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김현진 DBR 편집장
성격유형검사인 MBTI를 과학으로 신봉하면 안 된다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F(감정형)’와 ‘T(사고형)’의 구분만큼은 꽤 그럴듯하다고 느낀다. 심지어 순도가 꽤 높은 ‘F’ 성향으로서 ‘남의 말 한마디’가 미치는 감정적 영향이 상당하다고 믿는 편이다. 말의 화살표가 나를 향해 있는 경우가 아니어도 그렇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에게 꿈을 주기도, 악플 하나가 삶을 뺏기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역사로도 증명된 바 있지 않나.

그래선지 최근 들어 각종 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댓글들을 보면 대체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인신공격, 편향성이 날 선 단어들과 함께 너무나 자주 읽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서 가장 자주 느껴지는 정서는 바로 ‘화(anger)’다. 사람들이 점점 이렇게 자꾸 화가 나는 데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실제 최근 몇 년간 ‘화’는 다양한 설문을 통해 입증되고, 연구 소재로 쓰일 정도로 글로벌한 심리 현상으로 꼽힌다. 옥스퍼드대 블라바트니크 행정대학원의 카르티크 라만나 교수는 특히 팬데믹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 물가 상승, 사회 갈등, 기후 변화, 불확실성 확산 등으로 모든 사회에서 긴장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재를 ‘분노의 시대’로 명명했다.

특히 한국에선 갈등이 분노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2021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 등이 28개국 성인 2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갈등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12개 갈등 항목에 대해 우리 사회에는 어떠한 갈등이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 국가별 점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무려 6개 분야에서 갈등 정도가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지지 정당, 보수·진보, 남녀 차이, 세대 차이, 종교 차이, 학벌 격차 등 다양한 1등 항목 중에서도 특히 세대 갈등은 전 세계 평균(46%) 대비 월등히 높은 1등(80%)으로 꼽혔다.

모두가 우려스럽지만 경영 리더라면, 직장 내에선 언급을 피하면 그만인 정치·종교와 달리 세대 갈등이 큰 ‘불씨’로 느껴질 것이다. 소통 부재, 가치관 차이로 인한 다름은 긴장 상태를 낳고 노사 갈등 및 업무 몰입 저하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매출과 성과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분노는 혁신과 혁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지만 조직 내 분노는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가 많다. 리더의 상태가 구성원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리더 본인부터 화를 다스릴 필요가 있다. 임원 전문 경영코치인 니할 차야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직장 내에서 화를 다스리는 법’에 따르면 공적인 공간에서 ‘화(anger)’가 또 다른 ‘화(disaster)’를 부를 일을 막기 위해선 감성보다 이성을 앞세워야 한다. ‘분노의 정도를 1(최소)에서 10(최대)까지 정하고 3, 4로 내려왔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이나 행동을 취하기’ ‘화라는 감정 자체가 아닌, 화가 난 원인을 살피고 문제 해결에 주력하기’ 등이다.

모두가 이전보다 화가 나 있는 요즘이다. 문제는 이성적으로 해결하되, 사람은 감성적으로 보듬는 세심함이 필요한 때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화#분노의 시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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