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日 정상 ‘강제동원’ 결단 없인, 북핵 대응 틈새 못 메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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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20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 후 귀국길에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 후 귀국길에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 독일 뮌헨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만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한 뒤 “주요 쟁점에 대해 할 수 있는 얘기는 다 했다”며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박 장관은 어제 동아일보와의 귀국길 기내 인터뷰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본인 스스로를 ‘결단과 소신의 정치인’이라고 말한다”며 그 호칭에 걸맞은 책임 있는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기시다 총리를 향한 박 장관의 결단 촉구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강제동원 해법 논의가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 수준을 넘어 이제 양국 정상 간 정치적 결단만 남겨뒀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문제의 막판 최대 쟁점인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기금 참여에 대해서는 결국 기시다 총리의 태도 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토로이기도 하다. 지금껏 한일 간 국장급 실무회담에 이어 차관급, 장관급 논의까지 진행해 왔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 위해선 기시다 총리의 최종 결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강제동원 해법 논의가 여기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기에 가능했다. 너무 서두르며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국내적 비판을 무릅쓰면서도 정부는 4차례의 민관협의회와 피해자 대상 공개토론회 개최, 피해자 및 가족과의 면담을 통해 국내 여론을 수렴하고 피해자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렵사리 한일 간 타결이 이뤄진다 해도 그 후유증은 여전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의 결단에도 일본 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지만 그걸 감내하지 못해선 책임 있는 지도자라 할 수 없다.

한일관계 정상화는 과거사 갈등 해소를 넘어 양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한 당면 과제다. 한일 양국은 북핵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지난 주말 일본 홋카이도에선 북한이 쏜 장거리미사일이 불꽃과 함께 떨어지는 모습이 육안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북핵에 대응한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미, 미일 동맹을 넘어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 한일 협력으로 3각 체제의 고리를 단단히 조이는 것이야말로 북한 도발을 누르는 강력한 억제 카드가 될 것이다.
#강제동원#한국#일본#북핵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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