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만 ㎡까지 지자체가 그린벨트 해제… ‘난개발’은 막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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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상반기에 비수도권의 경우 중앙정부 허가 없이도 시·도지사가 자체적으로 100만 ㎡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할 수 있게 된다. 한 번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을 지역 재량으로 풀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을 지방에서 추진하면 광역권 단위로 정해진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빼 준다. 10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넘기는 것은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개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권한의 이양을 계속 요구해왔다. 기존 30만 ㎡까지였던 해제 권한이 3배로 커지면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대규모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여건에 맞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그린벨트가 무분별하게 해제될 경우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 다수의 지자체장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만큼 임기 내 치적을 위해 보여주기식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비슷한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낭비 역시 우려된다. 산업단지 조성 등을 이유로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정작 투자 수요가 없어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곳이 여럿인 게 현실이다. 지역 균형개발이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자칫 전국 곳곳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는 결과만 초래돼선 안 된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허파’이자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 둬야 할 자산이다. 지자체에 권한을 넘겨주더라도 환경 훼손, 지자체 간 이해관계, 경제성 등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정부의 조정 기능은 살려야 한다. 이번 기회에 1998년 도입된 환경등급평가 지표를 현실화하고 해제 총량을 조정하는 등 그린벨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비도 논의해볼 만하다. 지자체 권한이 남용돼 소중한 국토자산이 함부로 허물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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