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지웨이가 한국에 부임했을 때, 미군의 사기는 최저 수준이었다. 워싱턴에서 사령부의 참모들까지 모두가 철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리지웨이의 전쟁 철학은 주도권이었다. 전쟁은 주도권을 움켜쥔 자가 승리한다. 그는 방어 계획만을 수립하는 참모들을 꾸짖고, 가는 곳마다 ‘공격’을 외쳤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구호만으로 떨어진 사기를 한 번에 복구할 수는 없다. 리지웨이는 사소한 부분까지 개선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육군과 해군 수병들은 서로 자신이 더 고생하고 저들은 편안히 지낸다고 불평했다. 리지웨이는 서로 역할을 교대함으로써 상대의 임무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소중한 것인지 체험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군인들은 서로 간에 존경심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침몰시키는 갈라치기의 수법이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상대의 삶에 대한 존중을 조롱으로 바꾸는 것이다. 교육, 문화, 소셜미디어, 심지어 카페와 택시 안에서도 너는 편하고 나는 고통스럽다라는 어법이 횡행한다. 이런 군대는 승리할 수 없고, 이런 나라는 쇠락할 수밖에 없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