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995만5366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1일 00시 00분


코멘트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어제로 꼭 3년이 됐다. 확진자와 사망자, 위중증 환자의 감소세가 확연하다. 30일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정이 ‘의무’에서 ‘권고’로 완화된다.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코로나 이전 수준의 일상생활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는 설날 연휴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코로나 탓에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혼란과 변화를 겪어야 했다. 잇단 변이 바이러스로 7번의 대유행이 반복되면서 3년간 누적 확진자 수는 무려 2995만5366명(20일 0시 기준)에 달한다. 국민의 60%가 감염되고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설 만큼 바이러스의 기세는 맹렬했다. 강력한 방역 통제는 사회, 교육, 경제 등 전 분야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완전한 회복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할퀸 상흔은 깊다. 휴교로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은 사회성 약화, 학력 저하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마스크 사용 장기화는 어린이들의 언어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성인들도 비대면, 비접촉의 고립 생활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이가 70%에 달한다. 경제적 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영업 제한으로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눈물의 폐업을 해야 했다. 대규모 코로나 지원금이 유발한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과 맞물리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취약계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팬데믹이 바꿔 놓은 일상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측면도 없지 않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원격근무와 워케이션 등 새로운 업무 문화가 자리 잡았고, 원격진료 논의를 본격화할 바탕이 마련됐다. 효율성과 편리함을 앞세운 ‘언택트 시대’의 장점들은 앞으로 키워 가야 할 영역이다.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공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감염병이 또 전 세계를 휩쓸지 모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주요국들은 이미 제2, 제3의 팬데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시작했다. 우리도 보건의료체계를 재정비하고 백신 등 의료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학력 격차, 빈부 격차를 줄이는 일부터 고립의 상처를 보듬는 일까지 코로나가 남긴 숙제들이 적지 않다. 함께, 하나씩 풀어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가는 새 길을 찾을 때다.
#포스트 코로나#실내 마스크#규정 완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