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의 ‘별건수사’ 남용까지 우려되는 ‘검수원복’ 시행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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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른바 ‘검수완박법’으로 대폭 축소될 예정이던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부분 원상 복구하는 내용의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6대 주요 범죄에서 부패와 경제 2대 범죄로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법 조항은 시행령으로 범죄 유형을 재분류해 직권남용과 금권 선거, 무고·위증 사건을 검사가 계속 수사하도록 했다. 경찰이 마무리한 수사를 검사가 보완할 수 있는 범위도 더 넓혔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검수완박법의 시행일인 10일부터 그 법이 금지하는 수사를 허용하는 시행령이 함께 시행된다. 시행령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의 효율적 시행을 위해 행정부가 만드는 하위 법령인데, 개정 취지가 정반대인 법률과 시행령이 공존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법무부는 “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여소야대 국회라고 하더라도 법무부가 입법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법무부가 입법예고안과 달리 검사의 별건수사를 막기 위한 시행령 조항을 삭제한 것은 상식 밖이다. 현행법은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경우 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세부 조건을 시행령에 규정했다. 당초 법무부는 시행령을 느슨하게 고치려고 했다가 입법예고 뒤 이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직접 관련성 여부를 법령이 아닌 검사의 재량에 맡긴 것이다. 경찰과 시민단체에서 별건수사 남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했지만 무시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인 입법예고의 취지에도 반한다.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은 검수완박법 논의 이전인 2년 전 처음 만들었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국회가 검찰과 경찰을 대등관계로 바꾸면서 검찰의 수사권은 제한하고,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할 때였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은 연관되어 있는데,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 전 경찰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 설령 검수완박법에 하자가 있더라도 시행령으로 검찰 권한을 수사권 조정 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것이다.
#별건수사#검수원복#검수완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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