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예상욱]‘기후위기’ 실감한 올여름, 대응책 미룰 때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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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덮친 기상이변, 한국도 폭우 큰 피해
10년 뒤 가뭄, 폭우 등 ‘재난 일상화’ 우려
구체적 온실가스 감축안 마련, 설득 나서야

예상욱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예상욱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올여름에는 역대급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6월 열대야가 기록됐고, 8월에는 서울에 시간당 141.5mm의 폭우가 내려 80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115년 만에 최대 일 강수량 기록도 갈아 치우면서 서울 강남이 물바다가 되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불과 석 달 사이 극한 기상현상이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이런 이상기후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6월 중국 남부에서 60년 만의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7월 상하이의 낮 기온은 40.9도까지 올랐다. 7월 최고 기온이 45도를 넘어선 남서유럽은 500년 만에 찾아온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는 1880년 이후 여섯 번째로 가장 더웠다. 흥미로운 점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의 모든 해들이 지난 140여 년간 가장 더웠던 해 10위 안에 들었다는 것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지구가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16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중요해질 세계적 이슈 3개를 꼽아 달라’는 질문을 받자 딱 한 개만 답했다. 인류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대한 이슈는 딱 한 가지로 ‘기후변화’라는 것이었다. 굳이 리프킨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는 이런 위기감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극단적 날씨, 물과 식량 부족,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그리고 생태계 붕괴 등 기후위기는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KAIST와 일본 도쿄대 등 7개국 13개 기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존에 100년에 한 번 생기던 가뭄이 2030∼2050년 사이에는 매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재난의 일상화’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뭄뿐만 아니라 올여름 중부지방에 쏟아졌던 집중호우도 비슷한 시나리오를 따를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가열을 막을 유일한 방법 중 하나로 대기 중 온실가스 감축을 오래전부터 제시해 왔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사회 구현’을 선언하며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해 온실가스 배출원과 배출량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공정, 농업 폐기물 및 토지 이용 변화와 임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정보를 파악해 정확한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회복할 수 없는 위험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기후 과학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상·기후 환경 간의 상호 작용, 온실가스 감축 경로의 최적화로 기후위기 전망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을 서쪽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 문제는 더욱 민감하고 중요하다.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선 세부적인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를 초반에 빠르게 감축한 다음 서서히 감축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감축한 다음 후반에 빠르게 감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런 결정은 단지 일의 순서를 정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서로 다른 온실가스 감축 경로가 기상·기후 환경과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가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기상·기후 상태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해 최적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당장 관련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그런 부담은 소비자가 일정 부분 져야 할 수도 있다. 그 희생을 요구하려면 정부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적극적이고 담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각 주체들을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두려워 미래 세대에 더 큰 재앙을 물려주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한다.

올여름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나타난 열파, 가뭄, 산불 그리고 집중호우 현상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확실한 사실이 있다. 기후위기는 정해진 순서가 없고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위험은 차별이 없고, 예측도 쉽지 않다. 올여름보다 내년 여름을 맞이하기가 더욱 두려워지는 이유다.



예상욱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기후위기#재난 일상화#감축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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