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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반지하 대책, 희망고문 안 되려면 임대주택 공급 서둘러야

입력 2022-08-16 00:00업데이트 2022-08-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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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침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2.8.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반지하 주민들이 참변을 당한 가운데 서울시가 어제 반지하 주택 20만 가구를 신축 공공임대로 옮기는 대책을 내놓았다. 향후 20년 동안 재건축이 도래하는 노후 임대 11만8000채에 높은 용적률을 적용해 23만 채 이상을 새로 짓고 이를 이주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10일 서울시가 기존의 반지하를 순차적으로 없애는 일몰제를 발표한 뒤 5일 만에 다시 나온 것이다.

일주일도 안 돼 두 번에 걸쳐 나온 반지하 대책은 안전에 문제가 드러난 열악한 거주공간을 빨리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술적으로 180∼190%인 공공임대 용적률을 300%대 후반으로 높이면 신축 주택 수가 늘긴 한다. 하지만 예산과 교통 인프라, 개별 가구의 이사와 신축단지 입주 간 시차 문제까지 검토한 대책인지 의문이다. 이미 2020년부터 정부가 각종 지원으로 반지하 이주를 유도했지만 2년간 1136채만 옮겼다. 반지하라도 한번 정착한 사람을 대규모로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해 현장에서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과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8일 폭우로 서울 동작구의 반지하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희생자의 유족은 구청장으로부터 “하루 7만 원씩 줄 테니 모텔을 잡든 하라”는 말을 들었다. 같은 반지하 주민 희생사건이라도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에서만 유독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수해 희생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틈을 타 나온 비현실적인 계획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2010년 집중호우 때도 침수 우려지역에 반지하 신축을 제한하기로 했지만 이후 서울에서 4만 채 이상의 반지하가 생겼다. 이런 식의 반짝 대책으로는 반지하 문제를 풀 수 없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서두르는 등 전체 주거복지정책의 틀 속에서 반지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이 대책이 흐지부지되면 취약계층은 희망고문만 받다가 쪽방이나 고시촌을 전전하며 또다시 주거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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