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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민주당의 이재명’이 국민의힘을 구해줄 거란 착각[광화문에서/한상준]

입력 2022-08-10 03:00업데이트 2022-08-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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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저쪽은 이재명이 되겠죠?”

최근 국민의힘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나오는 질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이 정해지기도 전인 6월부터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것인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국민의힘 구원투수인 비상대책위원장보다도 민주당의 새 선장에 더 관심이 많은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당장 민주당 내에서도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나. 여기에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되면 정국이 변하고, 2024년 총선과 다음 대선도 우리는 해볼 만하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흔들리면 그 반사이익으로 추락하고 있는 여권의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다. 집권 초반 수렁에 빠진 신세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서 온갖 의혹과 구설에 휘말린 이 의원을 보며 “야당 복(福)이 있음을 실감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거대 양당 체제가 고착화된 한국 정치에서 결국 유권자들은 ‘1번 아니면 2번’ 중에 고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5년 전, 민주당과 청와대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야당 복이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금처럼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 상황이긴 했지만 야권은 5개 당으로 쪼개져 있었고, 탄핵의 여운도 진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진보 진영이 ‘야당 복’을 굳게 믿었던 건 제1야당의 상황도 한몫했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처럼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보수 강경파들만 바라보는 정치를 했다. 극우 진영과 손잡은 한국당을 바라보며 당시 민주당 사람들은 “이제 유권자들은 절대 보수 정당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 예상은 빗나갔다.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유권자들은 지리멸렬한 보수 정당에 혀를 차면서도 집권 세력의 누적된 실정(失政)을 더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예상대로 이 의원이 위기를 맞는다고 해도 민주당까지 재기불능 상태로 좌초할지 역시 미지수다. 누구도 등장을 예상 못 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난파 상태의 보수 진영을 재건한 것과 같은 일이 진보 진영에서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야당 몰락만을 오매불망 기원하다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민의힘이 할 일은 유권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집권 정당이라고 인정받는 것이다. 학제 개편을 두고 들끓는 여론에 비판도, 동조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용산 대통령실만 바라보는 정치를 해서는 결코 갈 수 없는 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석 달여 동안 국민의힘은 ‘그들만의 당권 투쟁’ 말고 보여준 게 없다. 매번 말로만 외치는 “국정 운영의 책임을 함께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은 과연 언제쯤 보여줄 것인가.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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