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英 이어 佛도 수신료 폐지 추진, 한국만 역행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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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뉴스1
KBS © 뉴스1
프랑스가 공영 방송 수신료 폐지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 억제법을 입법하면서 2300만 가구에 매년 138유로(약 18만 원)씩 부과하는 수신료를 폐지하는 방안도 연계해 처리하기로 했다. TV 보유 가구가 줄어들고 있고 수신료 징수의 어려움이 있는 데다 물가 급등으로 인한 민생고를 감안한 조치다. 그 대신 정부 예산에서 공영방송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영방송의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수신료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추세다.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대거 이탈하면서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BBC의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고 면허 기간이 끝나는 2027년 이후엔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안으로 부분 민영화나 구독료 모델이 거론된다. 일본 NHK도 반발 여론을 의식해 수신료를 거듭 인하하는 한편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방송 환경의 변화는 다른 나라와 다를 바 없지만 거꾸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이다.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이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회에 계류돼 있다. KBS는 42년째 수신료가 동결돼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KBS는 공영방송으로는 이례적으로 상업광고에 중간광고까지 한다. 감사원은 KBS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과도한 인건비를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KBS의 인건비 비중은 36.3%로 MBC(20.2%)나 SBS(19%)보다 월등히 높다(2019년 기준). 경영난을 해소하려면 시청자들에게 손 벌리기 전에 방만 경영부터 손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KBS는 예전에도 세 차례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영방송 모델은 정부가 국민을 계도하던 시대의 산물이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정보를 얻는 채널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수신료 확대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제는 공영방송 제도를 이대로 유지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때다.
#프랑스#수신료 폐지#한국#kbs#수신료 인상#시대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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