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수완박, 限時 수사권 하나 더 주고 덜 주고의 문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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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어제 검찰에서 경제·부패 외 사건의 직접수사권을 뺏는 대신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한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결정했다. 공직자 및 선거 범죄 직접수사권도 검찰에 남길 필요가 있다는 당 내외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를 파기한 데 반발하면서 일부에서는 원안 그대로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1년여 전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고작 2주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들고나와 이달 내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폭거다. 국민의힘이 애초 중재안을 원안과 마찬가지로 거부했으면 모르되 원내대표가 의원 총회의 승인까지 얻어 합의해 놓고 사흘 만에 뒤집는 것 역시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추가 요구를 관철시킬 힘이 없다. 중재안에 합의한 이후로는 명분도 부족해졌다. 다만 민주당도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해서 그 보복으로 원안을 관철하는 건 국민적 반발을 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중재안으로 간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원안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걸 예상하고 재협상을 들고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중재안은 원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경제·부패 사건 직접수사권도 중대범죄수사청이 설립되면 다 거기로 넘겨야 한다. 국민의힘의 추가 요구가 관철된다 해도 검찰로서는 직접수사권 한두 가지를 한시적으로 더 보유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

검찰 직접수사권을 한쪽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더 박탈하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시적으로라도 기필코 더 보유하려고 하면서 형사사법제도 개혁이 검찰에 직접수사권을 하나둘 더 주고 덜 주는 문제로 전락하고 있다. 형사사법제도의 바람직한 모습은 수사는 경찰 등 수사기관에 맡기되 꼭 필요한 경우에는 검찰이 수사지휘를 통해서든 직접수사를 통해서든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래야 수사 공백도 막고 검찰이나 수사기관의 전횡도 막을 수 있다. 힘으로 검수완박을 밀어붙인 민주당이 먼저 잘못했지만 국민의힘도 원칙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검수완박#수사권#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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