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력평가도 먹통… 잇단 실패에서도 못 배우는 교육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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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95만 명이 참여한 24일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재택 응시생을 위한 온라인 시스템이 시험 시작과 동시에 마비됐다가 2시간여 후에야 복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에 맞춘 첫 전국단위 모의고사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하면서 특히 고3 학생들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입시 전략을 세우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정보기술(IT) 강국에서 전국단위 시험의 서버가 장시간 먹통이 됐다는 것도 어이없지만 시험을 주관한 서울시교육청의 해명은 더욱 황당하다. “예상보다 확진자와 격리자가 많이 몰려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으로 등교를 하지 못한 고교생 수가 15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학력평가 전날 미등교 고교생이 5000명 남짓이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다. 그런데도 재택 응시자의 폭증을 예상하지 못했다니 무능한 건가, 안일한 건가. 더구나 지난해는 학년별로 요일을 달리해 보던 시험을 올해는 전 학년이 같은 날 동시에 치렀다. 가뜩이나 온라인 응시 규모도 커졌는데 추가 대책도 없이 한꺼번에 시험을 보도록 무모한 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가.

코로나 첫해인 2020년 교육 당국의 준비 부족으로 온라인 개학 이후 사이트 접속 오류가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지난해도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접속이 지연되거나 접속 도중 학생이 튕겨나가는 황당한 오류가 쏟아졌다. 학령인구는 급감하는 반면에 교육교부금은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 덕에 교육청마다 남는 예산을 주체하지 못한다면서 왜 시스템 먹통이라는 똑같은 이유로 수업도 평가도 차질을 빚는 실패를 되풀이하나.

오는 6·1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업무 공백과 교육 행정 누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로 인한 부실 수업으로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돼가도록 안정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지런히 학습 결손을 메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얼빠진 교육 행정에 학생들이 피해 보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학력평가#교육청#교육 행정 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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