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personally will be at his disposal.”
접전으로 치자면 한 달 넘는 재검표 공방 끝에 연방대법원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이 난 2000년 대선이 가장 유명합니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대선 5주 뒤 패배를 인정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섰을 때 개표 결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품위 있는 연설로 감동을 줬습니다. ‘처분대로 하다’ ‘마음대로 사용하다’를 ‘at disposal’이라고 합니다. “부시 당선자가 나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 즉 “그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 나섰다고 다짐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재검표 논란 끝에 승리하더니 2004년 재선에서도 존 케리 민주당 후보에게 아슬아슬하게 이겼습니다. 패자로서 연설 무대에 오른 케리 후보는 “여기에 좀 늦고 짧게 왔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늦게(late) 왔다’는 것은 말 그대로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것이고, ‘짧게(short) 왔다’는 승리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short’는 부사로 쓰였습니다. 목표나 한계점에 미치지 못했을 때 씁니다.
△“You poured your hearts into this campaign.”
2016년 대선 때 대부분 사전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이겼습니다. 충격의 패배 후 지지자들 앞에 선 클린턴 후보는 “여러분들은 정성을 다했다”며 미안함을 나타냈습니다. 어떤 일에 진심일 때 ‘마음을 쏟아붓다(pour heart into)’라고 합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의 저서 중에 ‘진심을 부어라(Pour Your Heart Into It)’가 있습니다. 액체 음료 커피와 어울리는 좋은 제목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