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80조 쓰고도 못 막은 ‘인구절벽’, 재탕정책으로 어떻게 막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일 00시 00분


코멘트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토론회에
 앞서 여야 후보 4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토론회에 앞서 여야 후보 4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사회가 당면한 최대 위협 요인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것이 북핵과 ‘인구절벽’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가 예측한 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어제 대선 후보들이 TV토론에서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보면 이런 국가소멸의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아이 낳고 기르는 부담의 국가책임제와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연장 운영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임신 출산 지원과 이스라엘식 전일 보육 국가책임제 시행을 공약했다. 후보 4명 모두 육아휴직제 개선도 약속했다. 역대 정부가 2006년부터 380조 원을 쓰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 정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지금은 결혼 건수 자체가 한 세대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정책 환경의 변화를 무시한 채 이미 실패한 출산 장려와 보육 지원 정책들을 재탕 삼탕해 내놓으니 저출산 공약이 아니라 선심성 매표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출산율에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취업난이나 주거난과 같은 경제적 요인,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 혼인 가정 위주의 제도 등 사회 문화적 요인도 있다. 총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어제 토론에서는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지속적 성장을 통한 취업 기회 제공, 지나친 경쟁 구조 개선,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수도권 쏠림현상 해소 등이 제시됐지만 문제의 시급성이나 중요도에 비하면 고민의 깊이와 구체성 모두 턱없이 부족했다.

인구는 정치 경제 국방 복지 교육 등 국가 체계 전반을 좌우하는 문제다.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인구학적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출산율 반등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인구 감소의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출산과 보육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내실 있는 인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절벽#저출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